국제사회가 리비아 반군에 무기를 지원할 것인지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반군은 지난 주말 다국적군의 지원 속에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까지 함락할 기세였으나 중화기로 무장한 카다피군의 반격에 밀려 또다시 퇴각했다.
다국적군이 대대적인 공습을 통해 카다피 정부군 측에 상당한 타격을 가했음에도 반군의 무기보유가 열악해 다국적군의 공습지원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반군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무기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은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이 리비아에 대한 무기 반·출입을 금지한 유엔 결의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리비아 반군과 연계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무기가 흘러들어 갈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30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유엔 결의하에 반군에 대한 합법적인 무기양도가 가능하다고 밝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말을 지지하며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리비아 반군세력을 상대로 미국 정부기관이 은밀한 지원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비밀명령에 서명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주요 방송사들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 반군을 무장시키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영국 등과 달리 나토는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은 유엔 결의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며 러시아와 중국, 독일도 `도를 넘어섰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나토는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려면 28개국 회원국들의 전원 동의가 있어야 하며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나토 회원국과 아랍 및 아프리카 국가 등 비회원국 간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다.
나토 관계자는 "현 유엔 결의는 리비아에 대한 무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새로운 유엔 결의가 발표되지 않는다면 유엔은 어떤 다른 것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리비아 반군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토 역시 반군 내 알카에다 존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나토군 사령관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리비아 반군과 관련해 "정보에 따르면 알-카에다, 헤즈볼라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언뜻언뜻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미 하원의 마이크 로저스(공화.미시간) 정보위원장은 30일 성명을 통해 "실체가 불분명한 리비아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는데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리비아 반군과 카다피군과의 지루한 교착상태를 끝내려면 반군에 대전차용 무기와 대공미사일 등을 지원해 이들이 카다피군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 런던의 국제전략연구소의 벤자민 배리 전 준장은 "이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려면 반군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반군이 서방이 공급하는 무기를 사용할 능력이 있는지 확실치 않다"며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무기는 단순하고 사용하기 쉬운 무기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투가 끝난 뒤 무기가 비우호 세력의 손에 넘겨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1980년대 소련 점령하의 아프가니스탄 반군세력에 무기를 제공했다가 이들이 나중에 탈레반에 합류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