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약 3조원 부과, 사건처리 건수 4만3000여건
처벌수위·강도…'강화 추세'
공정거래위원회가 쥐고 있는 '칼' 중에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과징금'이다.
과징금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차원에서 공정위가 전원회의 등을 통해 결정, 기업에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으로 사건규모와 법 위반의 수위의 강도에 따라 부과금액도 천차만별이다.
□ 공정위, 30년간 과징금 총 3조원 부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30년 간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총 액은 3조82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부과된 금액이 곧바로 추징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기업이 항소할 경우 상급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실제로 공정위가 지난해 4월 6개 LPG 공급회사의 부당공동행위에 부과한 6689억원의 과징금도 단일규모로는 역대 '최대'지만, 아직 소송이 진행 중에 있어 실제로 부과된 과징금이 모두 추징된 것은 아니다.
또 2009년 12월 휴대폰 CDMA 기술 제조사인 미 퀄컴사의 시장지배적 남용행위에 부과한 2731억원의 과징금도 형재 소송 중에 있으며, 지난해 11월 21개 항공화물운수업자에 부과한 1243억원의 과징금도 소송 중에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된 3개 사건 모두 아직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실제 추징금액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 공정위, 30년간 '4만3152건' 처리= 공정위에 따르면 출범 뒤 30년간 처리한 사건 건수는 무려 4만3152건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관련 불공정행위가 2만1962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카르텔 및 일반 불공정거래행위 1만1131건, 소비자권익 보호 관련 불공정행위 8088건, 시장구조개선 관련 불공정행위 1830건, 기타(부당한 국제계약) 141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반성장 관련 불공정 행위 2만1962건 중 96.5%인 2만2105건이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로 집계됐다. 전 세계 경쟁 당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하도급법'을 운영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이 중에서도 어음할인료 미지급 사건이 1만1576건으로 절반 이상(54.6%)을 차지했다. 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와의 '갑을관계'를 악용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카르텔 분야에선 '불공정거래행위(재판매가격유지행위 포함)'가 8810건(79.1%)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에서도 부당고객유인행위가 3363건(38.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1534건), 부당한 공동행위(787건)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권익 분야 사건 중에선 '부당한 표시·광고행위'가 4431건(54.8%)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쉽게 말해 소비자들이 허위, 과장광고로 인해 피해를 볼 확률이 가장 높았다는 것. 이어 불공정약관(1753건), 전자상거래법 위반(1343건), 방문판매법 위반(561건) 순으로 집계됐다.
□ 처벌수준, '강화추세'= 공정위가 출범초기에는 '과징금' 보다 '시정조치' 중심의 제재가 대세였다.
공정위 최초의 제재조치는 출범 뒤 2달 만인 81년 6월 오비베어 체인 가맹점에 생맥주 판매가격을 준수토록 한 동양맥주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시정권고를 내린 사건이다.
이후 85년까지는 시정조치 이외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이 없었다. 이는 과징금을 부과할 법적 기준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제도도입 초기 시장은 공정거래를 '시장경제의 규칙'이 아닌 '새로운 규제'로 인식했던 경향이 컸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88년 6개 정유사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21억원의 과징금을 '최초'로 부과했다. 조직 출범 이후 7년 만에 첫 과징금 부과를 한 것.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86년 제 1차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부당한 공동행위(카르텔)에 대해 과징금 부과 규정이 새로 도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이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공정위에 시정조치 이외의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공정위의 제재수위는 높아지는 추세다. 수백억이 넘는 대규모 과징금 부과 사건이 모두 2000년대 이후 집중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최대 과징금 사건들을 제외하고도, 지난 2005년 KT 등 2개 시내전화사업자의 부동공동행위에 967억원을 부과한 사건 및 828억원의 과징금이 확정된 정유사의 군납유류 입찰답합 사건도 2000년 10월로 모두 최근 10여년 동안에 집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