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된 '경제검찰' 공정위

사회적 공감대에 의해 80년대 '태동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로 출범 30주년을 맞이한다.

'경제검찰'로 불리며 기업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공정위지만, 그 출범과 도입 초기의 진통은 예상보다 컸다.

1960~1970년대 정부주도로 진행된 불균형 성장전략으로 시장감시기능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1966년, 1969년, 1971년 3차례나 공정거래제도의 도입이 시도됐으나 그럴 때마다 시기 미성숙론 등을 주장한 기업들의 반발로 공정위의 태동은 늦춰졌다.

반독점 정책이 주요임무가 될 공정위의 출범을 당시 독점화된 시장의 수혜자인 대기업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 주된 이유.

이후 우리나라가 개발시대의 문턱을 넘어설 80년대 무렵에 비로소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에 따라 80년 12월 31일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뒤 이듬해 4월 1일 법이 시행되면서 공정위 출범의 서막(序幕)이 올랐다.

공정위의 탄생과 공정거래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정부부처가 새로 생긴 의미를 넘어섰다.

한국경제가 관치위주의 경제성장정책에서 벗어나 경쟁위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는 획기적 전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정위는 자체적으로 출범이후 현재까지를 태동, 역할 확대, 정책, 정책 발전 등 크게 4개의 시기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제1기(1981년~1986년)는 공정거래법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고 공정위도 81년 4월 구 경제기획원 산하 위원회 형태로 출범한 때로써 그야말로 시장 내에서 '자리매김'에 매진했던 시기.

당시 공정위는 사회적으로 '시장경제의 규칙 집행자'가 아닌 '새로운 규제기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에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계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기간 중 전체사건의 70%가 불공정거래행위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제2기(1987~1997년)는 공정위가 독립기관으로 홀로서기를 하고 장관급 기관으로 격상되는 등 역할을 확대하던 시기로 요약된다. 1990년 공정위는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으로 독립됐으며, 1996년에는 위원장이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이때부터 공정위는 상호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86년) 및 채무보증제한제도(92년) 등을 도입, 재벌의 문어발 확장이나 선단식 경영을 시정하는 등 재벌에 의한 과도한 경제력집중의 폐해를 시정키 위한 시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2기는 공정위가 사건처리 위주에서 규제개혁과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시책을 본격 추진한 시기이기도 하다. 단순히 사건처리를 전담하는 사정기관에서 정책기관의 역할을 더해 역량이 보다 확대된 셈이다.

제3기(1998~2007년)는 우리 경제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기.

공정위는 이 당시 기업구조개혁을 위한 5대 과제(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채무보증해소, 재무구조개선, 핵심역량집중, 지배주주 및 경영자의 책임성)와 함께 3개 보완과제(제2금융권 지배구조개선, 순환출자 억제 및 부당내부거래 차단, 변칙 상속·증여 방지) 등에 중점을 뒀다.

이른바 위기 극복을 위한 '5+3 원칙' 달성에 공정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 시기에 공정위는 카르텔 등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데 집중했다. 지난 2001년 학생복 담합, 2000년 군납유류입찰담합, 2005년 시내전화요금 담합 등 대형 사건들도 다수 처리했다.

수백억대 과징금이 결정되는 사건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공정위 제재수위가 더욱 거세진 시기이기도 하다.

MB정부 출범이후 현재까지인 제4기(2008년~현재)는 공정위가 시장참여자의 자율성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공정위는 기존의 '사전적' 경제력 집중 억제방식을 벗어나 기업집단 공시분야 등 '사후적' 규율 강화에 방점을 두고, 소비자 정책을 종합·조정하는 소비자 정책의 주무부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엔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분위기에 맞게 '리베로'를 자임하기도 한다.

올해 초 물가폭등의 우려가 시장에 확산될 무렵, 신임 김동수 위원장은 취임 이후 '물가기관'의 위상을 강조했고, 최근에는 대중소기업 CEO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한 동반성장 지원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30년에 대해 개발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 우리경제가 진정한 시장경제로 나아가는 역사를 함께 해왔다"며 "뿌리깊은 독과점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재벌의 문어발 확장, 선단식 경영 등에 철퇴를 내려 경제력 집중 완화에도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