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과점체제에 경쟁 필요하다" 결론
가격공개제도 확대‥재정부, 관세청 등 평균 수입원가 공개
석유 공동구매 장려‥소득, 법인세 등 세제지원책 마련
기름값 원가계산 논쟁과 관련해 "계산기를 두드려보겠다"던 정부가 6일 석유가격제품 테스크포스(TF)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기름값에 비대칭성이 일부 확인됐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석유제품이 연산품(joint product)이라는 특성상 원가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기존의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기간별 가격변동을 점검한 결과, 가격이 오를 때는 한꺼번에 많이 오르고 내려갈 땐 조금 내려가는 '비대칭성'이 '일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SK, GS,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개 정유사의 과점체제에 있는 국내 석유제품 시장에 직·간접전인 방식으로 경쟁촉진책을 도입,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가격공개제도를 보다 확대, 기업의 영업기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평균 수입원가를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에서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정부는 현재 대형 정유사에 한정된 석유 구매 통로를 보다 넓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내에 석유제품 거래시장을 개설, 특히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우선 금년말까지 한국거래소에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 2012년말까지는 석유제품 선물시장을 열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에겐 법인세, 소득세 등을 감면해 주는 인센티브 정책도 고려할 계획이다.
이날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 석유 TF는 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 정부 "기름가격 비대칭성, 일부 확인됐다"= 이날 정부합동 TF는 "분석결과 항상 비대칭성이 발생한 것은 아니나, 비대칭성이 나타난 사례가 상당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TF는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에서 발표된 석유가격 비대칭성에 관한 선행연구 결과들의 종합통계 분석결과를 내놨다.
이는 지난 1982년부터 2009년까지의 각기 다른 기간(월, 주, 일, 반월 등)의 원유가 및 국제제품가격의 등에 대한 연구결과들인데, 정부에 따르면 이들 21개 분석결과 중 절반 정도인 11개 사례에서 비대칭성이 확인됐다는 것.
분석결과 1997년 1월부터 2007년 5월 사이 정유사 가격은 원유가 및 국제제품가격에서 모두 비대칭성을 나타냈으며, 2008년 5월~2010 12월, 2009년 1월~2011년 2월간에는 국제제품가격과 비대칭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2009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제휘발유 가격 1원 변동시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 조정액이 첫 주 상승기엔 0.478원 올랐지만 하락기엔 0.151원 내리는데 그쳤다. 한 달 누적조정액도 상승기 0.648원인 반면 하락기는 이보다 낮은 0.410원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분석기간과 관계없이 국제유가에 모두 비대칭인 것으로 조사됐다.
□ 가격정보 공개기간 3년 연장, 판매대상별 평균가격 공개 추진= 정부는 이 같은 기름값의 비대칭성의 주된 원인을 과점화된 국내 정유업계 및 유통시장에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정부는 금년 4월까지 공개하기로 했던 정유사 등 석유사업자의 판매가격 공개시한을 2014년 4월까지 3년 더 연장하기 위한 법령 개정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또 정부는 현재 공개되고 있는 정유사의 평균 판매가격을 '세분화'해서 대리점, 주유소 등 판매대상별 평균가격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된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등 법률상 문제 여부도 올해 상반기까지 공정위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가격공개 대상 석유제품 범위에 LPG(액화석유가스)를 포함시키는 등 공개대상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 석유제품 선물시장 개설, 제 6의 독립폴 지원= 이와 함께 선물거래 시장 개설 등 석유제품 구매통로를 보다 넓히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금년 말까지 한국거래소에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하고, 2012년까지 석유제품 '선물시장'을 열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에겐 법인세, 소득세 등을 감면해주는 인센티브도 고려할 계획이다.
현재 전체시장의 6%에 불과한 원가절감형 자가폴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정부는 최근 독립폴로 자리 잡은 농협의 NH-OIL폴에 이은 '제 6의 자가폴 주유소' 설립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신생 자가폴 주유소가 기존 정유사와 비교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이들의 석유제품 공동구매가 가능토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특정 정유사폴 주유소가 별도의 혼합판매 표시 없이 타정유사 제품 또는 혼합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현재 원칙적으로 저장탱크와 주유기를 분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 모범거래기준도 손 볼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는 실제 석유가격의 절반을 차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유류세'와 관련해선 "향후 유가추이를 고려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는 등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유가인상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수립 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