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억제 금리인상 수익률 개선 도움 안 돼
작년 말 증권사의 2011년 증시전망에서 올해의 유망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은행주가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대치로 오르고 있지만, 최선호주로 잇달아 꼽혔던 은행주 주가는 작년 말보다 오히려 떨어진 상태다.
하나금융지주가 3.23% 오른 것을 제외하면 신한지주(-12.57%), 우리금융(-11.61%), KB금융(-10.5%) 등 대형 금융지주회사가 작년 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금융업종 지수는 작년 말 대비 8.14% 내렸다. 연초에 잠시 반짝하더니 1월 14일을 고점으로 4개월째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7.19% 올랐고, 화학업종은 36.5%, 자동차가 포함된 운수장비는 27.92%나 치솟았다. 은행주 투자자들의 허탈함은 커질 수밖에 없다.
◇ 전망 빗나간 이유는
2011년 전망을 할 당시 증권사들은 경기선행지수의 반등, 금리 인상으로 은행업종의 실적이 여타 업종보다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대로 올해 3월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동향에서 경기선행지수는 13개월 만에 전년대비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고, 기준금리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총 0.50%포인트가 인상됐다.
그럼에도 은행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초부터 은행업종이 불투명하다고 보는 소수 애널리스트는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하고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실질'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원은 "내수 대 수출, 부유층 대 중산층 등으로 양극화가 심각하기 때문에 경기선행지수상승이 의미가 없다. 은행은 중간이 두터워야 이익을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실질 경기가 좋아서가 아니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금리를 올리면 은행실적이 좋아진다는 일반론이 현 상황에서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했던 것처럼 건설, 부동산 임대업 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은행 대출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해명…"상승 기대는 여전"
은행업종 부진이 계속되자 증권사들은 그 이유를 해명하는 자료를 내놓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조만간 은행주가 상승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심현수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연된 은행주 랠리를 위한 변명'이라는 보고서에서 "은행업종은 1월, 2월에 이어 3월에도 시장 수익률을 밑돈 것은 물가상승 지속,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재부각, 가계대출 규제 우려 등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분기 실적 개선으로 은행업종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늦어도 3분기에는 거시지표가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확신이 낮은 지금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다"라고 주장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은행업종의 진정한 바닥은?'이란 보고서에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과 맞물린 대출자산 축소가 건설업 유동성 문제를 낳고 신용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시 "은행업종의 이익 안정성이 어느 해보다 커졌고,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배당압력 증가로 랠리가 진행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39개 국내 주요 증권사 중 은행업종에 '중립' 의견을 제시한 곳은 키움증권, NH투자증권, 한화증권 3곳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