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인재배출의 요람,'삼성전자공과대학교' >
지난 1965년 인텔의 공동설립자 고든 무어(Gorden Moore)는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주창한 바 있다.
무어의 법칙은 3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깨졌다. 지난 2002년, 당시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이었던 황창규 사장(현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은 무어의 법칙을 무너뜨린 새로운 이론, '메모리 신성장론'을 대외에 천명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회로 성능이 12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이론이 황 사장이 천명한 메모리 신성장론의 실체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이에 걸맞는 제품을 개발,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오늘의 삼성을 만든 원동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추구,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멈추지 않고 내놓는 것. 그렇게 삼성은 대한민국의 '화수분'이 됐다.
□ 사시미론(論) = 2004년 당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삼성전자의 핵심전략을 '사시미(생선회)'에 빗대 설명, 주목을 받았다.
사시미를 통해 그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스피드(Speed)'였다.
윤 부회장은 "스피드는 사시미(생선회)에서 휴대폰까지 모든 일상에 공통되는 핵심이다. 아무리 비싼 사시미라도 하루 이틀 지나면 가격이 떨어진다. 사시미 가게와 디지털 제품에는 재고가 치명적이다. 스피드가 모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른바 '디지털 사시미 가게' 전략으로 통칭된 삼성의 스피드 경영전략을 축약한 것이다.
실제로 메모리반도체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집적도가 높아진 제품은 생산된 지 불과 2∼3년만 지나면 판매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진다.
비단 반도체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 경제 사회에서는 치열한 경쟁으로 기업들의 제품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때문에 시장을 빨리 읽고 빨리 들어가야 잠깐씩이라도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제품을 개발해내는 데는 고급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끊임없이, 그것도 단시간 내에 가능케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신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해내고 있다.
시장의 수요에 맞는 신제품을 출시해 내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개발의 욕망을 만들어 낸 것은 지금도 통용되고 있는 '사시미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앞서가는 연구개발 = 사시미론이 지배적인 시장 경제에서 삼성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 '세계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는 이유는 그에 걸 맞는 연구개발 투자다.
지난달 금감원에 제출된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0년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비용은 매출액의 6.1%인 9조4000억원이다. 전년 보다 1조8000억원 가량 더 투자했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조직은 국내와 해외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2년 내에 시장에 선보일 상품의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의 산하 사업부 개발팀, 3∼5년 후 미래 유망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 연구소, 그리고 미래 성장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종합기술원 등 3개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또 해외에는 미국, 영국, 러시아, 이스라엘, 인도, 일본, 중국 등의 지역에서 제품개발 및 기초기술연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룬 지난해 연구개발실적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개발된 3D TV와 LCD, 반도체, 네트워크 등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 영역에서 대부분 '세계 최초',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삼성의 정신을 일깨웠다. 지금 현재도 삼성전자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의 신속한 개발을 통해 세계 IT업계에서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 인재 채용과 육성 = 삼성전자는 경영의 핵심적 가치로 '인재제일'을 내세우고 있다. "유능한 인재 1명이 나머지 1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은 삼성이 어떤 인재관을 갖고 있는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에서는 핵심인재를 최상급인 S(Super)급, 중간 간부급인 A(알파벳 첫 글자)급, 미래 인재로서 성장 가능성이 큰 H(High potential)급 등 3단계로 분류해 관리한다. 이중 H급은 해외 유수 대학의 박사급 출신들이 대부분으로 성과와 실적에 따라 윗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이 3단계 리스트는 매년 3월마다 갱신되므로 회사의 핵심인재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 핵심인재들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 '리텐션(retention)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매해 연말마다 외부의 핵심 인재들을 얼마나 영입했고 잘 관리했는지를 구체적인 점수로 평가받는 등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있다.
또 삼성은 지난 2002년부터 '삼성 펠로우' 제도를 도입하고 연구자의 이름을 내건 연구실과 연간 상당한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인재 육성에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업 내 '삼성전자공과대학교'라는 교육기관을 두고, 교육비를 전액 부담하는 등 임직원들의 교육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올해 이 기관을 통해 배출된 졸업생은 반도체와 LCD부문에서 모두 495명이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