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세 분쟁'의 시발점이 된 국민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의 교육세 환급소송에 대해 고등법원이 지난해 4월 행정법원의 결론을 뒤집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는 대법원의 최종판결만 남은 상황. 과세당국과 은행들은 대법원의 판결에 '희비(喜悲)'가 엇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외환·우리 '필두'-시중은행 줄줄이 조세불복
"M&A대비 세제개선 미흡, 화(禍) 불렀다"
그 동안 군말 없이 세금을 내오던 은행들이 갑자기 입장을 선회, 카드부문 매출에 대한 교육세 납부액 전액을 환급해달라고 한 계기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기업결합(M&A)에 대비한 세제개선이 미흡, 과세당국과 은행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발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조세정책 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인 셈이다.
실제로 2008년 교육세법이 개정되면서 증권사와 신용카드사가 교육세 과세대상에 포함이 됐다(2009년 7월 이후 시행). 그러나 은행들의 카드부문 매출에 대한 과세·비과세 여부를 명확하게 그어놓지 않은 상태다.
결과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에서 과세당국과 은행들간 '시각차'가 발생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던 셈. 시각차에서 파생된 분쟁은 무려 1500억원 규모로 불어나, 지금도 밀고당기는 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 빗발치는 '조세불복'-1500억대 조세불복으로 '진화(進化) = 은행들이 먼저 움직였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카드사를 흡수합병한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우리은행은 도합 556억원의 교육세(국민-370억여원, 외환-109억여원, 우리-77억여원) 환급신청을 국세청에 제출했다.
국세청이 환급을 거부하자, 이들 은행들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심판원은 2008년 6월 심판청구를 기각시켰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우리은행은 이후에도 과세연도를 달리해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2003년 제4기분∼2006년 제4기분 370억여원에 이어, 지난해 4월 2007년 제1기분∼2009년 제2기분까지 교육세 292억여원에 대한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외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83억여원, 110억여원을 추가로 심판청구했다.
이들 은행들 이외에도 카드사업을 겸영하고 있는 은행들도 줄줄이 교육세 환급을 요청하는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한국시티은행(80억여원) ▲기업은행(72억여원) ▲하나은행(62억여원) ▲광주은행(55억여원) ▲SC제일은행(22억여원) ▲부산은행(13억여원) ▲대구은행(12억여원) ▲경남은행(7억여원) ▲전북은행(2억여원) ▲제주은행(1억여원) 등도 심판청구 대열에 합류했다.
은행들이 환급을 요구한 세금의 액수는 도합 15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이다.
조세심판원은 최근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제기한 심판청구를 포함해 나머지 시중은행들이 제기한 심판청구 모두를 선결정례에 따라 '기각'결정했고 현재 이 문제는 법정다툼이 진행 중이다.
□ 행정법원 패소→고등법원 승소→대법원의 결정은? =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외환은행이 최초로 제기한 조세불복은 행정법원에서 패소했다. 2009년 6월 행정법원은 이들 은행들이 제기한 교육세 환급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을 통해 "은행이 겸영하는 카드부문 수익을 교육세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는이상 달리 보기 어렵고 카드부문 수익은 교육세법 시행령상 '기타 영업수익 및 영업외 수익'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법 규정상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당시 은행들은 신용카드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조세중립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결정,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법원의 결정은 180도 달랐다. 지난해 4월 고등법원은 "카드부문 수익을 교육세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납세의무 성립 여부는 납세의무자의 법률상 지위가 아니라 실질적 업무 내용과 그 수익의 발생원천에 따라 결정된다"며 "교육세 부과 처분 대상이 된 수익의 발생원천은 신용카드업무로 은행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신용카드업자의 수익은 교육세 과세대상이 아니므로 은행이 신용카드업자를 흡수ㆍ합병해 신용카드업을 겸영하게 됐다는 이유로 은행 신용카드업무 관련 수익에 대해 교육세를 과세한다면 조세공평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외환은행이 제기한 소송은 현재 대법원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최종판결이 원고 승소로 귀결될 경우 다른 은행들이 제기한 소송도 원고 승소 판결로 결론짓게 할 튼실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와 은행권은 올해 말∼내년 초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원고 승소 판결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점치고 있는 상황.
이렇게 될 경우, 국세청은 본세와 환급가산세를 합쳐 200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은행들에게 되돌려 줄 수밖에 없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