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선전'-일부 손보사 위기관리능력 '도마위'
지난주를 끝으로 손해보험 빅5의 결산실적 기업설명회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사상최고치로 급등한 가운데, 매출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장기보험의 신계약 성장마저 동력을 잃으며 안팎으로 고단한 한해를 보냈다.
특히 일부 대형 손보사들의 실적이 크게 엇갈리며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 삼성화재, 고른 성장세…점유율 유지 = 손보사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나타내는 원수보험료의 경우 이변은 없었다. 부동의 1위인 삼성화재와 2위권의 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 그리고 메리츠화재의 순이었다.
매출성장도 대체로 십퍼센트 후반대를 기록하며 고른 분포를 보였다.
삼성화재가 12조 7713억원으로 전년비 17.2%를,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는 각각 7조 6104억원과 7조 1137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7.7%, 18.9%의 성장률을 보였다. LIG손보 6조 6064억원(20.7% 성장)과 메리츠화재 3조 8361억원(16.7% 성장)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화재가 예년처럼 2위권 손보사의 두배 가량의 매출을 올렸으며, 메리츠화재는 2위권 손보사들의 절반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규모면에서는 순위변동이 없었지만, 실익 측면에서는 각 사별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당기순이익에서는 삼성화재가 6649억원을 시현, 전년비 26.8%의 고성장을 거두며 1위를 달렸다.
삼성화재는 손보업계 리딩컴퍼니답게 여러 지표에서 최고수준을 유지했다. 우선 올해 3월 기준 매출의 63.6%를 차지하는 장기보험 부분에서 최고의 성장률을 보였다.
원수보험료 기준 전년대비 23.4%가 성장한 8조 1196억원을 시현했다. 장기보험의 신계약(월납초회) 측면에서도 여타 손보사들의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 8.3%의 플러스 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직전 회계연도 신계약 성장률이 46.7%로 타사 대비 두 배 가까운 성장률을 보인 후의 결과라 더욱 주목된다.
또한 장기보험(월납초회 기준) 중 장기저축성보험 보다 수익성 높은 장기보장성보험의 비중도 57.3%로 상위 4사 중 가장 높았다. 아울러 장기보험 손해율 관리 측면에서도 장기위험손해율을 77.5%로 막으며 상위사 중 가장 낮은 손해율을 유지했다.
이밖에도 삼성화재는 20.3%의 사업비율로 업계 선두였고, 투자영업이익율도 5.2%로 업계 최고수준이었다.
□ 현대, 효율성 저하…순익, 동부의 절반 수준 = 업계 2위권의 경우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종전에도 순익 측면에서는 동부화재가 현대해상 보다 앞서곤 했지만 이번에는 그 격차가 커졌다. 동부화재가 지난해 2845억원의 순익을 기록, 전년대비 25.7%의 높은 성장세를 보인 반면 현대해상은 1595억원으로 오히려 전년(1844억원) 대비 13.5% 감소했다.
순익 격차폭의 확대는 손해율, 투자영업이익율, 사업비율 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선 매출 대비 비중 60%가 넘는 장기보험의 위험손해율에서 차이가 난다. 현대해상은 82.7%인 반면 동부화재는 78.9%의 손해율을 보였다. 또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있어서도 현대해상은 79.0%, 동부화재는 78.5%였다. 마지막으로 사업비율에서도 현대해상은 22.5%, 동부화재는 21.1%로 더 많은 사업비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 보험영업이익에서 현대해상은 -2045억원을 기록했고 동부화재는 그 절반 규모인 -993억에 그쳤다.
투자영업이익율의 영향도 작용했다. 동부화재가 5.2%로 업계 최고수준을 보인 데 반해 현대해상은 4.7%로 상위 손보사 중 가장 낮았다. 이 결과 동부화재가 거둔 투자영업이익은 4871억원이었고 현대해상은 4407억원이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지난해 경우 퇴직금 누진제 폐지로 인한 위로금으로 400여억원 가까운 손실이 있었고 채널면에서도 동부와 달리 판매 수수료가 더 소요되는 독립법인대리점 채널을 더 보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LIG손보, 내우외환 순익 '반토막' = LIG손보 역시 이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LIG손보의 당기순이익은 727억원으로 전년 1483억원에 비해 51.0% 감소했다. 순이익이 이처럼 반토막이 나면서 상위 손보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높은 자동차손해율이 직격탄이 됐다. LIG손보의 자동차보험손해율은 81.7%로 전년 75.5%에 비해 무려 6.2% 급등했다. 업계 평균 손해율 상승세가 4% 가량이었다. 자동차손해율의 손익분기점이 70% 초반임을 감안하면 10% 가량 초과한 것이다.
장기보험 위험손해율 역시 좋지 않다. 84.7%로 삼성화재의 77.5%와는 7%가까운 차이가 나고 2위권 보험사 중에서도 가장 높다. 또한 22.8%라는 사업비율 역시 2위권 중에선 가장 높았다.
이로써 LIG손보의 보험영업이익은 -2737억원으로 전년 -1404억원 대비 적자 폭이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LIG손보 고위 관계자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위로금 비용으로 366억원이 소요됐고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손해사정 3사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고급인력이 이탈함에 따라 자동차손해율이 2% 가량 더 악화됐다"며 "2012년이 돼야 경쟁사와 비견되는 손해율로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다소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1209억원으로 전년 1404억원 대비 13.9% 줄어들었다.
투자영업이익율(5.3%)과 장기위험손해율(79.5%) 측면에서 상위 손보사 중 가장 좋은 지표를 지니고 있음에도 순익이 다소 줄었다. 이는 자동차보험손해율과 일반보험손해율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손해율은 80.3%로 상위사 중 LIG손보와 함께 80%를 넘어섰다. 전년대비 손해율 상승률도 4.8%p로 높았다. 비중은 낮지만 일반보험 손해율 악화도 영향을 끼쳤다.
메리츠화재의 일반보험의 손해율은 69.7%로 전년비 10.4%p나 급등, 상위사 중 가장 높았다. 손해액 또한 884억원으로 전년비 74.7% 상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