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연쇄 신용등급↓…CDS·국채금리↑
달러 강세 外人 이탈 가속화 주목
묵은 악재로 여겨졌던 남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다시 국내 증시의 상승흐름을 가로막는 복병으로 등장했다.
국제 신용평가사가 잇따라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PIIGS' 악재가 부상하고 있다.
PIIGS는 포르투갈· 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를 통칭하는 말이다.
다시 불거진 남유럽발 신용 위기는 미국과 유럽 증시를 강타한 데 이어 국내 증시에도 적잖은 불확실성을 던져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달러화 가치가 다시 오르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PIIGS 신용위험 고조·국채금리 급등 = 24일 유럽의 정보제공업체인 마르키트에 따르면 PIIGS 국가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피치가 신용등급을 내린 그리스는 1413.6으로 지난 20일의 1,345.2보다 68.4포인트나 올랐다. 지난 3월말의 1003.1에 비해서는 41%나 급등했다.
이탈리아의 CDS 프리미엄은 161(20일 기준)을 기록하며 나흘 연속 올랐고, 포르투갈(655.9)과 스페인(273.3)도 지난달 말과 비교해 소폭 올랐다.
이들 국가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에 변동이 생긴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상승폭이 크다.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월 말에 연 11.9%였으나 23일에는 17%까지 치솟았고, 포르투갈은 7.5%에서 9.7%로 크게 올랐다.
CDS 프리미엄과 국채 금리가 크게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피치가 벨기에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리고, 무디스는 영국의 14개 은행과 주택금융조합에 대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중 하나인 스페인은 집권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대패하면서 정치적 불안감까지 더해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승준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불안감은 쉽사리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당분간 유럽의 재정위험은 국채 수익률 상승과 증시 부진으로 이어지고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약세를 촉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037620] 정승재 연구원은 "스페인으로 위기가 번질지 여부가 관건인데 독일과 스페인의 국채 금리차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확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달러 강세와 外人 이탈의 함수 = 증시 전문가들이 PIIGS의 재정위기를 바라보면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외국인이 어떻게 반응할지 여부다.
이미 남유럽 재정위기 문제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위험자산에서의 자금 이탈 조짐을 보이기 있기 때문이다.
이미 투기성 자금이 몰렸던 국제유가는 큰 폭의 조정을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말 배럴당 113.93달러에 고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종가는 97.7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40달러(2.39%) 내렸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다시 부상하면서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달러-유로 가격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1.40달러 밑으로 내려섰고, 외환 전문가들은 1.35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유로존의 불확실성은 안전자산으로의 글로벌 투자자금 이동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8일 연속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이시아시장에서도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의 지적처럼 달러화 강세로 인한 '위험자산 회피-안전자산 선호'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에 대한 우려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전날까지 8거래일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3조3천억원 넘게 주식을 팔았다.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연구원은 "달러화 반등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일부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물론 외국인의 매도가 진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은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매도가 아니고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추가 매도는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유럽 문제 등으로 외국인이 일정 부분 현금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국은 재투자 대상은 이머징마켓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비중을 크게 늘린 한국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