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하락·경기침체에도 유아용품 수입 증가
일본産 기저귀, 방사능 공포로 수입 급감↓
국산제품 내수·수출 하향세↓…업계 위기론
계속되는 출산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명품' 유아용품 수입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유아용품 생산업체들의 경우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에 더해, 내수시장에서도 외국업체에 밀리며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관세청이 27일 발표한 '유아용품 수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유아용품 수입규모가 사상 최초로 2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0년 1.47명에서 지난해 1.22명으로 줄어드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유아용품 수입액은 2000년 3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 2800만 달러로 7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기저귀의 경우 지난해에만 무려 5500만 달러가 수입되며 유아용품 중 가장 많은 수입금액을 기록했고,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48.3%의 높은 수입증가율을 보이며 유아용품 수입증가세를 주도했다.
분유도 지난 2008년 멜라민 파동 이후 고급 수입분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호주·뉴질랜드산 분유를 중심으로 수입이 급증, 지난해에만 3600만 달러가 수입됐다.
한 대당 3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등 명품 유아용품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수입산 유모차도 지난해 총 3900만 달러가 수입되는 등 매년 35.8% 이상 수입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어른 옷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는 고가의 유아용 의류도 최근 미국 유명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입량이 급증, 지난해에만 5100만 달러가 수입됐다.
한편 기저귀·분유 등 유아용품 수입물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일본산 제품들은 최근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며 지난 4월부터 수입량이 급감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무려 5251만달러(전체 기저귀 수입량의 94.4%)가 수입되며 날개 돋친 듯 팔리던 일본산 기저귀는 지난 4월 전월대비 50% 이상 수입이 감소했고, 분유도 3월에 비해 수입물량이 80%나 줄었다.
출산율 저하에도 불구하고 유아용품 수입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당 아이들 수가 줄어듦에 따라, 경제력을 갖춘 젊은 부모들의 고가 유아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
또한 정부가 지난 20008년 12월부터 출산장려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분유·기저귀 품목 수입부가세 면제가 그대로 수입산 유아용품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시켰다.
더불어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6월말까지 수입유모차 관세폐지 및 유아의류 관세인하(13%→8%)도 시행 중이어서 당분간 유아용품 수입증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유아용품 수입이 급증함에 따라 내수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국산 유아용품의 국내 매출액은 지난 2005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며, 수출액은 2000년 1억 8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800만 달러로 10년 새 63.5%나 감소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고급 수입 유아용품에 대한 젊은 부모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해외 유명브랜드를 중심으로 유아용품 수입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수입 유아용품에 대응할 수 있는 고품질의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