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치적 결정"…야당.환경단체 "원위치 불과"
에너지기업 주가 하락…풍력.태양광주는 급등
독일 정부가 30일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2022년까지 영구히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정계와 산업계, 환경단체 등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우려를 제기했다.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CDU)과 기독교사회당(CSU), 자유민주당(FDP)은 지난 주말 마라톤협상을 진행한 끝에 이날 새벽 독일 내 17개 원전을 2022년까지 완전히 폐쇄하기로 합의했다고 노르베르트 뢰트겐 환경장관이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당수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미해결로 남아 있다면서 정부와 이에 관해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지지도가 급상승한 녹색당의 레나테 퀴나스트 원내의장은 "현상유지로의 복귀"라고 폄하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보수 연정은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한다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고 가동시한을 평균 12년 연장했으나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낡은 원전 7기의 가동을 즉각 중단하는 등 정책변화를 예고했었다.
독일은 현재 가동 중단 중인 원전 7기와 크루에멜 원전은 즉각 폐쇄하고 6기를 2021년 말, 가장 최근에 건설된 나머지 3기는 2022년 말까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이같은 계획을 놓고 야당과 협의할 방침이다. 뢰트겐 장관은 "(야당과) 컨센서스에 관심이 있다"면서 "함께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산업연맹(BDI)의 한스-페터 카이텔 회장은 원자력의 사용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중단시킨 이번 결정은 명백히 정치적 동기가 작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BD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독일이 원전을 조기에 폐쇄할 경우 기업과 가계에 상당한 추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에너지기업 RWE는 정부 결정을 법적으로 문제삼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RWE는 지난 3월에도 정부가 노후 원전 7곳의 가동을 잠정 중단시키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RWE와 E.ON 등 에너지기업들의 주가는 모두 약세를 나타낸 반면 풍력 터빈 제조업체인 노르덱스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Q-셀스는 10%가 넘는 폭등세를 보였다.
독일재생에너지협회(BEE)는 정부 계획이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편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한다는 계획이 "지나치게 느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메르켈이 약속을 어겼고, 후쿠시마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서 "그녀는 수백만명의 생명을 앞으로도 11년 동안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