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는 공정위가 왜 검찰, 국세청 등과 더불어 '사정(司正)기관'인지를 분명히 인식시켜주는 수단 중 하나다.
공정위는 업계 서면조사 또는 내부제보 등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징후가 감지된 기업들을 포착, 이들의 불법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실무 조사관들을 해당 기업에 급파해서 증거물들을 수거해 오기도 한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조사활동 자체에 대해 강력히 반발, 공정위 조사관들과 종종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한다.
개별 기업의 입장이 각기 다를 순 있지만 막상 공정위 직권조사를 받게 된 기업들은 추후 과징금 등 강도 높은 제재에 앞서 '옐로카드'를 받는 것이어서 상당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업들이 미리 이 같은 공정위의 사정 칼날을 미리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공정위가 지난 2001년 7월부터 도입한 CP(Compliance Program)를 활용하는 것이다.
□ 공정위가 추천하는 CP란 무엇인가 = CP란 쉽게 말해 기업들이 공정거래 관련법규를 자율적으로 준수하기 위해 도입하는 기업내부 관리 프로그램이다.
공정위는 기업들의 자율준수 풍토를 확산하기 위해 CP 도입 기업에 대해서는 과징금·공표명령·하도급벌점 감경, 고발 및 직권조사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대신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기업 CP 내부준칙에 ▲경영진의 자율준수 의지 선언(Commitment) ▲자율준수 관리자(Compliance Officer)의 지정·운영 ▲자율준수 편람(Compliance manual)의 작성·배포 ▲교육프로그램 실시 ▲모니터링 제도의 구축 ▲공정거래관련 법규 위반 임직원에 대한 제재 ▲문서관리체계의 구축 등의 7가지 핵심요소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CP를 도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공정위의 칼날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CP제도가 자칫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06년부터는 'CP 등급평가제'를 도입해 운영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2008년 10월 CP 운영고시가 제정된 이후에는 등급평가 A이상인 경우에 한해서만 과징금 및 공표명령 감경, 직권조사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등급평가는 매년 CP 도입기업 중 신청자에 한해 그 운영성과를 평가하며 위에 나열되 7가지 핵심 내부준칙을 포함, 내부고발시스템 등 67개 세부 평가지표를 근거로 최상 AAA부터 최하 D등급까지 8단계로 등급이 결정된다.
평가가 시작된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한국공정경쟁연합회가 등급평가를 수행했고, 이어 지난해부터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평가를 수행 중이다.
□ 미리 자율적으로 법 지키면, 공정위 칼날이 무뎌진다? = 지난해 12월말 기준 CP 도입기업 수는 총 372개로 이 중 대기업은 206개(55%), 중소기업은 166개(45%)가 있다.
이 가운데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도 141개가 있으며 그 숫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CP 도입 기업들이 기대하는 것은 단 하나 '인센티브'다.
공정위는 CP기업 도입에 대해 그 운영 상황을 평가한 뒤, 최상등급(AAA)을 받는 경우 직권조사를 2년간 면제하고 과징금도 20%이내의 범위에서 감경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AA등급은 직권조사 1년6개월 면제와 과징금 15%이내 감면, A등급은 직권조사 1년 면제와 과징금 10% 이내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공정위는 CP 제도의 확산을 위해 인센티브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CP 평가결과 우수기업에 대해 직권조사 면제 기간을 더 늘리고 과징금도 더 깎아주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평가지표를 현행 67개에서 22개로 줄이는 등 조정을 통해 높은 등급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CP 등급 평가는 6월 초 평가신청 접수를 시작으로 11월 경 완료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