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지정으로 예전보다는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부동산중개소를 찾았지만 오히려 4∼5천만원씩 뛰어버린 가격 앞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요즘 광명시의 재건축 추진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25일 정부의 투기지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지역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광명시는 지난 2000년 지하철 7호선 개통으로 강남권까지 30분대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인데다 유력한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투기지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은 연일 뛰고 있다.
특히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의 상승폭이 커져 지난달 중반 1억6천만∼1억7천만원이었던 철산주공1단지 11평의 경우 이달 들어 1억8천만∼1억9천만원까지 올랐으며 하안동 주공 아파트도 거의 모든 평형이 500만∼750만원씩 뛰었다.
오히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매도자가 양도소득세 등의 세부담까지 아파트 가격에 더해 매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매수자의 가격부담이 더욱 가중됐다는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 강남구도 마찬가지. 지난달말 잠시 약세를 보였던 은마아파트의 가격 역시 이달 들어 강세로 돌아서 34평형 가격이 6억4천만∼6억5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강남구의 한 중개업자는 "정부가 투기지역 지정 등으로 아무리 아파트시장 과열현상을 냉각시키려 해도 광명시와 강남구는 투기를 떠나 교육, 생활환경 면에서 워낙 인기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가격 안정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격 기준으로 부과한다고 해도 6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에 투기꾼들에게는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만 믿었던 사람들은 열이면 아홉은 거의 다 손해를 봤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부 정책을 믿지 않고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수익을 얻으려 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지난 8일 건교부가 발표한 투기과열지구내 신규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는 투기세력을 잡는데 상당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연구소 박 인 연구위원은 "분양권 전매금지가 시행되면 투기세력들의 단타매매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투기세력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가 내달중 시행되면 분양권을 취득한 사람은 등기시까지 전매가 제한돼 2∼3년간 전매를 할 수 없다.
그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는 방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보유과세를 현행보다 대폭 인상해야 한다"며 "특히 아파트를 이용한 투기세력들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아파트 보유개수에 따라 누진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초구에 위치한 솔 부동산컨설팅 김제국 대표는 "현행처럼 저금리 정책이 유지되는 한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보유과세 강화방안도 투기세력 근절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자칫 세금이 세입자에게 전가돼 전세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작용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박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이미 아파트 가격이 오른 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이를 뒤쫒아가는 식으로 나오게 되면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일본 등의 선진국처럼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 하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서울 핵심지역의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공급, 인구억제책, 지방분산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