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ATM, "수수료 너무 비싸"

A 씨는 편의점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평소 은행 ATM을 이용하면 미리 수수료가 표시되고 거래 동의를 해야 현금이 인출되는데, 아무런 안내 없이 1300원의 수수료가 빠져나간 것이다.

B 씨도 억울한 일을 당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한 차례 현금 인출을 했지만, 같은 금액이 두 번이나 인출됐다. 수수료 역시 두 번 빠져나갔다. 하지만 거래 은행과 결제 대행업체(VAN)는 서로 책임을 미뤄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은행과 업무 위탁 계약을 통해 ATM을 운영하는 VAN사업자에 각종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 ATM의 수수료 인하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VAN사업자 ATM의 경우 비싼 수수료는 물론 이용 시의 불편 사항마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VAN사업자와 업무 위탁 계약을 맺은 은행이 ATM 운영에 따른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16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VAN사업자 ATM은 효성·훼미리뱅크·나이스 등 7개사의 3만2982개가 운영되고 있다. VAN사업자 ATM의 경우 편의점, 지하철 등에 설치돼 있고 24시간 동안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 빈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은행 ATM과 비교하면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의 경우 ATM을 이용하면 ▲업무 마감 후 500~600원 ▲타행 ATM 이용 시 800~1000원 ▲업무 마감 후 타행 ATM 이용 시 1000~12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으나 VAN사업자 ATM은 ▲업무 마감 전 1100~1200원 ▲업무 마감 후 1200~1300원이 부과되고 있다.

금감원은 그동안 은행과 VAN사업자가 업무 위탁 계약을 1년 단위로 자동 연장하던 관행을 없애고, 은행이 직접 합리적인 수수료를 책정하도록 지도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수수료의 사전 안내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VAN사업자 ATM에서 민원 발생 시 은행이 직접 이를 처리하도록 불편 사항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금감원은 또 은행·카드·저축은행중앙회(연 1회 시행 중)뿐만 아니라 신협·증권사·보험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과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보안 상태가 허술한 VAN사업자 ATM의 운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심사해나갈 계획이다.

오영석 금감원 금융서비스개선1팀장은 "연말까지 은행권의 계획을 보고받아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며, 은행이 VAN사업자와 업무 위탁 계약을 맺을 때도 적정성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