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유동성 장세 꺾기는 역부족…예의주시해야"
코스피가 올해 들어 유동성 장세 속에 순항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암초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높아지는 국제유가와 낮아지는 엔화 가치가 그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22일 고유가와 엔저 현상이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그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고유가, 코스피 발목 잡나
국제유가는 최근 이란 위기가 고조되고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가 높아지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2.60달러(2.5%) 오른 배럴당 105.8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9개월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워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어렵게 만든다. 이는 증시에 고스란히 악재로 반영된다.
최근 유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이란 위기로 인한 원유 공급부족 우려다.
이란은 지난 19일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원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튿날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대한 수출 중단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란과 서방 진영의 군사적 충돌로 세계 최대 석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가능성도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패키지가 승인돼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잦아들면서 경기회복 기대가 커진 것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공급과 수요 양면에서 유가 상승의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에 따라 작년 초 중동 지역 민주화 운동으로 증시에서 유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주가의 랠리를 멎게 할 유가의 임계치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토러스투자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미국의 가솔린 소매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을 경우 주가 반전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가솔린 소매가격은 올해 들어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갤런당 3달러대 중반까지 오른 상태다.
오 연구원은 "과거에도 미국의 가솔린 소매가격이 1갤런당 4달러를 넘으면 고유가 부담으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최근 글로벌 소비회복을 이끄는 지역이 미국이기 때문에 가솔린 가격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동성의 힘이 뒷받침하는 주가 상승세가 고유가로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신영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승인 이후 유럽에서는 긴축과 경기침체 문제가 대두할 수 있다"며 "유럽의 원유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어 유가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저로 기업 실적악화 우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국내 기업 실적이 악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세계 시장에서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 경우 일본 기업과 경합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지난 14일 국채를 비롯한 자산을 사들이기 위한 기금 규모를 55조엔에서 65조엔으로 늘리는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도록 하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결정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엔 환율은 이달 초 100엔당 1,470원에서 최근에는 1,41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동양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2009년 이후 원·엔 환율이 100엔당 1,200∼1,345원 범위일 때 MSCI 코리아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하락하거나 정체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원·엔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 이익 훼손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추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로 촉발된 엔저 현상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증권 박정우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가 올라야 하는데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까지 금리 인하에 가세하면 엔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