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구매전용카드제는 주류소매업자가 도매업자로부터 주류를 구매할 경우 '주류구매전용카드(현금+여신카드)및 휴대용 무선결제단말기를 이용해 결제하는 제도.
주류시장의 고질화된 부정유통 관행을 근원적으로 차단해 과세자료의 양성화를 통한 탈세방지를 위해 국세청이 도입했다.
이 제도의 시행 2년을 훌쩍 넘긴 7월 현재 과표양성화에는 많은 기여를 했지만 시행초기 카드 단말기 업체 선정과 관련한 단말기사와 도매업협회의 소송이 아직도 진행중이고 또 단말기 회사들은 초기 보급했던 단말기의 교체(재보급)에 따른 자금부담 등으로 지속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여전히 높아 보인다.
이와 함께 특별소비세를 단란주점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유흥주점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현재 이런 불만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곳은 주류제조사들 뿐.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생색은 국세청이 내고, 책임은 도매업체가 지고, 이익은 제조업체가 챙긴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위장가맹업소 통한 분산매입·외상거래 따른 도매업체 자금난 여전
국세청은 주류카드 거래비율이 2001년말 83.6%에서 지난해 9월말 96.8%까지 급증하는 등 무기장 거래관행이 대폭 축소되었고, 과표도 크게 양성화되는 등 대표적인 정책 성공사례로 꼽고 있다.
이에따라 산자부 등 다른 정부부처들은 주류구매카드의 선례를 벤치마킹해 음성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유류시장에도 전문구매카드제도를 도입해 양성화를 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주류시장은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위장가맹업소를 통한 분산매입과 소매업체들의 외상거래 요구에 따른 도매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는 문제점은 하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카드사용률로 보면 대부분의 과표가 노출된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업소가 사용률 만큼 투명한지는 의문"이라며 "위장가맹업소를 통한 분산매입에 대한 세무당국의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류도매협회 관계자는 "실제로 도매업체들은 제조업체에는 물품 대금을 지급한 후 외상거래를 원하는 일부 소매업체들에 대해서는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거래대금을 대신 부담(선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자금압박도 감수해야하는 등 어려가지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룸싸롱과 같은 유흥주점들은 특소세 인하를 조건으로 내걸고 주류구매전용카드 사용을 거부하고 있어 도매업체들이 정부와 소매업체 사이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단말기 제조사 적자 행진 계속-수수료율 인상 불가피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지속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은 마찬가지.
주류전용카드제도 시행전부터 단말기를 보급해 오던 보나뱅크는 "현재 초기 투자비용 109억원의 1/3도 회수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게 보나뱅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자세한 거래내역이 기록되는 매출계산서가 출력되는 단말기만 사용토록 하라는 국세청의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해 3번이나 단말기 전량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보나뱅크 관계자는 "더욱이 현재 보급하고 있는 PDA 단말기의 경우 인터넷으로 도매업체의 메인 컴퓨터와 연결, 소매업체가 원하는 물량 만큼을 현장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하에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주세사무처리규정에 어긋나는 데도 굳이 단말기를 두 차례나 교체하라는 요구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현행 주류구매카드제도와 관련 "주무부처인 국세청은 세수확보 등 단기간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세제지원 등 정부가 주류전용카드에 대한 규정을 법제화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해야 이 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현재 0.12%로 수수료율이 낮은데다 절반은 은행이 가져가 때문에 0.06%의 수수료 마진으로는 쌓여만 가는 적자를 메울 방법이 없다"며 "최소한 0.5%까지는 수수료율을 높여야 수익보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업계의 목소리는 지난 7일 한국신용카드학회 주최로 열린 제2회 정기학례회에서도 적나라하게 제기됐다. "주류구매전용카드는 과표양성화, 세수확보 등 정책적인 목표로 시행된 만큼 제도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국세청의 책임 있는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주류구매전용카드제는 겉으로는 잘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지만 이처럼 여러곳에서 골병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어느 한쪽에서 삐끗할 경우 자칫 제도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