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침없는 '강성발언'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종교인 과세 문제, 소득세 과표 상향조정 등 하나같이 민감성을 내포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풍파'를 일으켰습니다.
비록 박 장관 개인의 견해이자, 조세원칙론에 입각한 발언이라는 '축소해석'을 통해 어느 정도 후폭풍 확산을 막아낸 모습이지만 이 모든 문제들을 현안으로 떠안게 된 실무진(기획재정부 세제실)은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수장의 말 한마디는 흘러간 유행가 한 소절쯤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실무진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질 테고, 또한 발언의 무게에 관심을 갖는 언론들의 취재 경쟁까지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괴로움(?)도 감내해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박 장관의 발언 이후 세제실 실무진들의 전화통은 쉴 틈 없이 울려댔다는 후문입니다. 특히 '장관이 말했는데 언제쯤 시행되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지 여부와 이를 넘어선 구체적인 세율까지 거론,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는 전언.
사실 조세정책 실무진인 세제실의 3, 4, 5월은 잠정적인 '재충전'의 시기라고 봐야 합니다. 아예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기본적인 현안 업무는 진행하지만 매년 한 해 농사나 다름없는 세법개정안 작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일종의 '잠복기'를 갖는 것이지요.
이런 판국에 게다가 세제실 사람들이 철저히 금기시하는, 자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정책방향에 대한 언급을 그것도 부처의 수장이 떡 내뱉었으니 그 말의 경중을 떠나 말 그대로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는 셈.
세제실 사람들은 박 장관의 발언에 일면 수긍을 하면서도 허탈한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울러 대내외의 이목이 쏠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잔뜩 어깨에 지고 있다는 귀띔입니다.
세제실 한 관계자는 "장관님의 발언이 세제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외부에 자꾸 알리는 것 같아 무엇을 물어봐도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할 때가 있다"며 "장관님의 발언내용과 다른 해명자료를 내놓을 때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새 관련된 내용으로 문의가 너무 많이 와서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해서 답변하기가 솔직히 힘든 부분이 있다"며 현재 세제실 직원들이 떠안고 있는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장관님이 언급한 것에 대해 대놓고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긴 봐야 할 부분들인 것 같다"며 "올해 8월경 세법개정안 발표까지 시간을 두고 차분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박 장관의 발언 자체를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특정한 사안에 대한 소신 혹은 의견을 밝히는 것을 어찌 잘못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박 장관의 발언 중 종교인 과세 문제와 같은 경우, 오히려 박수를 받아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박 장관의 발언 덕에 실무진인 세제실 사람들은 당분간 조마조마한 마음을 걷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예기치 않은 장관의 발언에 언제 어디서 '유탄'을 맞을지 모르기 때문이죠. 아마도 발언하려는 장관님의 옷깃을 부여잡고 "제발 이 말만은..."이라고 하소연을 하고픈 심정들을 애써 감추고 있는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