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96.13% 압도적동의
노·사·정, 불신 사업구조 개편 3개월 만에 극한 치달아
농협중앙회가 정부와의 경영개선이행 약정서(MOU) 체결을 강행하면서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며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31일 농협중앙회 노조는 지난 30일 실시한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 결과 96.13%의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는 전날 농협이 농림수산식품부에 경영개선이행 약정서를 제출한데 따른 대한 반발에서 나왔으며, 찬성 1만3988표, 반대는 524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약정서 내용에는 독립사업부제 강화, 자체자본 확충 방안 마련 및 단계적 추진, 조합지원사업 개선 및 추진, 농협의 전국 농산물 50% 이상 판매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에 따라 부족자본금을 보전하기 위해 1조원 정도를 현물로 출자하고 나머지 5조원 중 4조원을 농협이 채권을 발행해 충당하면 매년 1600억원씩 5년간 그 이자를 지원키로 했다.
또 이에 따라 특정기관에 출연이나 출자를 할 경우 일정한 조건을 달 수 있도록 한 '보조금관리법'을 근거로 농협 측에 MOU를 요구하게 된 것.
노조 측은 서규용 농림부 장관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게 "노조 합의 없이는 이행약정서 체결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한 상황에서 사측이 서둘러 MOU를 강행한데 대해 불만이 높다.
노조 측은 '불 만난 불나방처럼 농협 전체를 자살의 길로 끌고 들어간다'며 사측에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있는 상황.
허권 농협중앙회 노조위원장은 "정부와의 MOU는 굴욕 협정"이라며 "직원들의 생존권과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총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기존 약정서에 포함됐던 '인력조정 등 경영 효율화 계획 추진'은 노조의 반발로 제외됐다.
하지만 오는 8월까지 이어질 농협중앙회와 정부간 협상에서 항목 수정 등을 통해 경영개선의 핵심인 인력조정이 포함될 수도 있어 노조 측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또 노조는 정부가 약속한 현물출자와 이자지급 등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밀어부치기 식의 MOU 강요는 자율경영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MOU 체결이 지체되며 농협은 농금채 두달치 이자 263억원을 정부 대신 지급했으며,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도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허권 위원장은 "총파업 결의를 마쳤지만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등을 남겨 두고 있고 산별교섭과 내부교섭도 진행중"이라며 "사측의 MOU 대처를 지켜보며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경 총파업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농협은 지난 3월 사업구조개편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노·사·정의 불신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이에 농협이 파업을 감행할 경우 앞서 연대투쟁을 선언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참여로 금융권 10만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금융노조는 지난 29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농협중앙회 사측은 300만 농민의 자주적 협동조합을 권력의 손아귀에 넘기려는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정부와 사측이 이를 무시하고 이행약정 체결을 강행할 경우 10만 금융노동자의 강력한 연대와 민주통합당과의 견고한 공조로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를 향한 강고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