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 관련기관 등 협의체 구성 추진
현행 근로소득세 체계 준용 가능성 높아
뜨거운 감자,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부는 조만간 정부 내 관련기관과 종교단체 관계자 등과 협의체를 구성, 과표 및 세율 등 구체적인 과세체계 등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종교인 과세 의지가 현실화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과세 문제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할 사안이며, 그 첫 걸음으로 조만간 종교인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과세시 예상되는 변화 전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박 장관의 발언이 조세원칙론적인 차원에서 과세하는 것이 옳다는 방향성을 잡은 것이었다면, 이번 발언은 협의체 구성 등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종교인 과세문제를 제도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법을 만드는 실무진 사이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재정부 세제실 고위 관계자는 "원칙론적인 차원에서 과세 방향성이 옳다고 보고, 올해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과세와 관련된 개정안을 담기 위해 실무 작업을 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과세방법에 대해선 조세전문가와 관계단체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공청회 등을 개최해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선 특별히 법을 추가하거나 개정하지 않고서도 종교인 과세방안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2008년 목사가 교회로부터 받는 사례금과 퇴직금에 대한 소득성격과 관련된 질의에 대해 강연 사례금 등은 기타소득으로, 퇴직금은 퇴직소득으로 봐야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종교인 면세혜택이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 소득세법의 열거주의 특성도 종교인 과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득세법 열거주의 특성에 따라 비과세나 면세혜택을 받기 위해선 세법에 명확히 면세 대상이 규정되어야 하는데 현재 소득세법 내에 종교인을 따로 면세대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가 현실화 될 경우 현행 근로소득세 체계를 준용하는 방안에 대해 무게를 두고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실 관계자는 "교회 운영자라도 그 소득을 사업소득 성격으로 볼 경우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이 많을 것"이라며 "현행 근로소득세 체계를 준용하는 방안으로 법안이 추진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종교인 과세 추진 방침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세연구원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교회나 사찰 등 종교기관은 원칙적으로 비과세지만, 이들 비과세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목사, 승려에게 근로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며 과세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소득세 성격상 납세자 개인의 자진 신고·납부가 필수적인데 종교인들의 수입원이 비과세기관이기 때문에 수입·지출정보가 전무하다는 점이 제도 시행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고·납부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종교기관 등에 세무조사가 불가피한 데 이 때 종교인들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해결해야 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