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FTA 상대국 세관에서 우리 수출기업들에 대한 원산지 검증 요청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와 미국 세관으로부터 올해 연말까지 전년 대비 200% 증가한 260건 이상의 원산지검증 요청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들이 FTA 특혜는커녕 세금·벌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김동연 2차관 주재로 제11차 FTA 활용지원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증가하는 FTA 상대국 세관의 원산지검증 요청에 대응하고자 '기업 원산지검증 부담 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EU FTA가 발효된 이후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원산지검증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 세관의 원산지검증 요청 건수는 지난 2008년만 해도 불과 8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0건으로 크게 늘었다.
한·미 FTA까지 발효된 올해에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129건의 원산지검증 요청이 들어오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해 연말까지 약 130건이 더 접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원산지검증을 실시한 결과 위반 사례가 적발될 경우 FTA 특혜관세를 적용 받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고, 외국 세관에 상당한 벌금까지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EU 관세법상 원산지 규정을 위반하는 기업은 특혜관세가 취소되며, 수출금액의 3배에 달하는 벌금이나 6개월 미만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원산지증명서를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교부할 경우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미 FTA의 경우 미국세관 직원들이 국내 수출기업을 직접 방문해 강도 높은 검증을 수행할 예정이며, 원산지 위반이 적발되면 관세·내국세·수수료 등을 합한 금액의 4배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원산지검증 요청이 증가하는 주요 품목들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자동차부품, 섬유, 직물, 석유화학 제품 등으로 나타나 국내 기업의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재정부는 수출기업들의 자발적인 원산지 검증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 등 주력 수출품목 위주로 원산지 사전진단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급증하는 원산지검증 요청에 대비하기 위해 민간 전문기관에 FTA 원산지 검증 예비조사를 위탁, 신속하고 정확한 원산지 검증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미국·EU 등 FTA 상대국 물품 수입업체에 대해서도 우리 세관에서 원산지검증 작업을 착수하기 전에 자율점검 기회를 먼저 부여하고, 신고내용이 충분한 경우 서면자료 제출이나 현지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등 수입업체 부담도 줄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