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자극하라"…여의도는 지금 '이미지' 경쟁 中

국민들의 눈과 귀가 런던발(發) 메달 소식에 쏠려있는 요즘, 여의도는 지금 각 당 대선 후보들이 벌이는 '이미지(image)' 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확실히 과거에 비해 선거의 '트렌드'는 변했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예인 못지 않은 입담을 과시해 자신을 알리거나 PI(대통령 이미지)를 통해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 이를 지지율과 표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효과는 이미 증명이 됐다. 아직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 지지율을 대폭 '힐링'했다. 이에 각 대선 후보들이 지지율 제고를 위한 이미지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행인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후보도 있고, 파격적인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해 얼굴을 알리려는 후보들도 있다. 또한 감성적 색채가 묻어나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등 정책 및 콘텐츠 경쟁과 더불어 이미지 경쟁 또한 점차 가열되고 있다.

◆ 한 골목 대형 현수막 경쟁…"이미지를 만들어라" 

어디를 가나 올림픽 열기가 뜨거운 이 때, 지금이 대선 시즌임을 알려주는 곳이 있다.

바로 여의도 국회 맞은편이다. 새누리당 당사가 위치한 곳에 박근혜 후보, 임태희 후보, 김태호 후보 등 세 후보의 얼굴이 크게 박힌 대형 현수막이 한 골목에 자리하면서 '지금은 대선 경선 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크기 면에서도 압도적인 박 후보 대선 캠프 사무실에 걸린 대형 현수막. 그동안 '불통(不通) 이미지'가 강했던 박 후보가 후보들이 흔히 쓰는 정면 사진이 아닌 옆얼굴 사진을 현수막에 박아 넣어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특히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슬로건과 박 후보의 사진을 하얀색과 흰색으로 배치하면서 멀리서도 보더라도 눈에 잘 띄도록 시각적인 효과도 더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대형 현수막은 여태까지 박 후보의 고정된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다. 젊은 분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며 "후보의 정면 사진을 쓰지 않은 이유는 얼굴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이 주는 '감성'에 포커스를 맞췄다"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 캠프가 위치한 건물에 걸린 홍보 현수막 (사진=김용진 기자)

그 옆에는 임 후보의 대형 현수막(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새누리당 당사에 캠프 사무실을 차린 임 후보는 새누리당의 로고가 박힌 대형 현수막과 같이 걸려있어 '새누리당 대선후보'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임 후보 역시 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움을 강조했지만 슬로건은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새롭게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라고 내세워 '외유내강'이라는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임 후보 캠프 관계자는 "임 후보는 인상 자체가 부드럽다. 외유내강형 스타일"이라며 "후보가 내세운 '국민 3개 걱정거리 해결'도 후보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만들어낸 공약이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 아니다. 이것이 컨셉"이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는 김 후보가 연설하는 사진을 담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앞선 두 후보와 달리 김 후보는 강하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모습.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슬로건이 '낡은 정치를 바꾸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주장하는 이미지를 담았다"며 "더구나 김 후보가 후보 중에 최연소이기 때문에 역동적인 이미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대형 현수막을 걸지 않은 안상수 후보는 포스터로 대형 현수막을 대신했으며 김문수 후보는 조만간 캠프 사무실에 대형 현수막을 게시할 예정이다.

◆ "'대형 현수막'은 아날로그"…민주당의 출구전략은?

대형 현수막을 단 하나도 걸지 않은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은 새누리당의 이미지 경쟁을 '그들만의 리그'로 정의 내리고 있다. 대형 현수막은 대선 캠프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만 보는 것인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더구나 후보들의 포스터도 합동연설회 등 당내 행사가 아니면 볼 수 없기 때문에 "포스터를 보는 것은 당원과 기자 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두관 후보 캠프 관계자는 "동네 국회의원 선거도 아니고 캠프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후보의 현수막을 보는 것이 대세에 무슨 영향을 끼치겠느냐"라며 "새누리당은 아날로그 정당이고 우리는 디지털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속내가 그리 편치만은 않다. 안 원장의 등장과 올림픽으로 인해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형 현수막 등 고전적인 홍보 방법에는 무관심한 듯 보여도 슬로건이나 PI 등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 중 슬로건으로 가장 히트를 친 것은 단연 손학규 후보의 '저녁 있는 삶'이다.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 밤늦도록 장사하는 자영업자와 공부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대한민국 남자'라는 PI로 여성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결국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으로 바꿨지만 이것도 한 광고 문구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미지 구축에 실패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정세균 후보는 '내일이 기다려진다. 37.2도'라는 슬로건으로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심부 체온온도와 여성의 임신 상태 온도를 메인타이틀로 내세우면서 기존에 혹평을 받았던 '빚 없는 사회' 슬로건과는 다르게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이미지보다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던 정 후보 역시 이미지 구축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

김 후보는 '평등한 국가, 내가 힘이 되는 나라'를 내세웠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준영 후보 역시 '탐욕과 분노를 넘어-훈훈한 공동체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아무도 우리당의 경선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며 "모든 정치 뉴스는 오후 3시까지 뿐이다. 아무리 큰 사건이 터져도 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 따버리면 모든 뉴스는 묻힌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