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4000만원→3000만원 '↓'
주식양도차익 과세범위 확대, 파생상품 과세제 도입
내년부터 이자·배당소득 등 이른바 '불로(不勞)소득' 분야에 대한 과세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당초 4000만원이었던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3000만원으로 낮아지고 주식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되는 '대주주' 범위도 축소된다.
아울러 그동안 비과세였던 파생상품 시장에도 증권거래세 과세제도가 세법에 명시된다. 다만 시행시기는 3년 유예된다.
기획재정부는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올해 정기국회 세법심의과정을 거쳐 제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 4만5000명↑ = 학계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가 현실화 될 전망이다.
비록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일부 증세문제와 관련해선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왔던 정부가 전향적 선택을 한 것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우선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도 개편으로 내년부터 약 4만5000명이 새롭게 과세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3000만원으로(정부안) 낮출 경우, 현재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금융소득 3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거주자 4만5000명(2010년 기준)이 모두 과세대상으로 신규 편입된다.
특히 이들 3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과표구간 거주자들이 벌어들이는 연간 금융소득은 2010년 기준 1조9311억원에 달하며, 향후 소득 금액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법 개정에 따라 소득세수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세수증가 부분에 있어서는 이견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 재정부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인하로 인한 세수효과를 연간 1200억원으로 예상한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연간 2000억원 수준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현행 소득세법상의 누진세율 체계를 고려했기 때문에 세수효과에서 차이를 보인 것 같다"며 "(예산정책처의 분석은) 신규납세자의 모든 소득에 최고세율이 적용되도록 계산한 것 같다.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은 대상자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득세 과표 체계상 3억원 초과 이익분에 대해서만 38%의 세율이 적용되며, 그 이하 소득에 대해서는 각 과표 구간별 세율이 따로 적용되기 때문에, 당초 연간 2000억원 수준으로 봤던 예산정책처의 분석보다 세수 증가폭이 상당 폭 떨어졌다는 것이 재정부의 분석.
□ 주식양도차익 과세범위 확대…"주식부자 1000명, 세금 더 낸다" =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양도세 납세의무자도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유가증권시장 과세대상 '대주주' 범위를 기존 지분율 3%,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에서 지분율 2%, 시가총액 70억원 이상 거래로 확대했다.
재정부 백운찬 세제실장은 지난 3일 열린 세법개정안 사전브리핑에서 "개정안에 따라 신규 과세대상자가 약 1000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추가적인 세수효과 또한 불분명한 상황. 주식시장 특성상 경기상황에 따라 주식 가격이 등락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양도과정에서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실제 세수효과 등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번 정부의 결정은 향후 전면적인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로 확대되기 직전 단계로 풀이된다. 향후 시장의 적응력 등을 지켜보며 제도를 점진 확대, 종국에는 전면적으로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가 시장에 접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코스닥시장의 경우 어려운 시장여건을 감안해서 현행 과세대상 대주주 범위(지분율 5% 이상, 시가총액 50억원 이상)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 '파생상품거래세' 전격 도입…시행은 '3년 유예' = 논란이 이어져온 파생상품에 대한 증권거래세 부과방안은 우선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시장위축 등을 고려해 제도시행은 3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정부는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상당히 커진 만큼, 일반적인 근로소득은 물론 여타 금융상품과의 과세형평성을 감안해서 과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파생된 선물·옵션 거래대금 규모는 무려 1경1696조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장위축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세원확대와 조세원칙론 차원에서 비과세 혜택을 유지해야 될 필요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증권거래세 과세대상은 장내파생상품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KOSPI 200 선물·옵션' 거래이며, 세율은 거래량 1주당 선물 0.001%, 옵션 0.01%으로 설정했다.
재정부는 "현재 증권회사 거래수수료(선물 0.0072%, 옵션 0.295%)와 대만 등 외국사례를 감안해서 낮은 수준으로 설정했다"며 "시행시기를 3년 유예해 과세에 따른 준비기간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파생상품 증권거래세 도입방안은 사실상 정부가 주식시장 과세체계를 기존 거래세 중심에서 양도세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의 첫 단계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일반주식과 같이 파생상품도 소득세 과세가 조세원칙에 더 가깝다는 부분은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파생상품의 기초가 되는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양도차익 과세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생상품 소득과세를 먼저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주식시장 양도세 적용대상 확대시 기존 거래세 부담을 일부 줄여줄 필요가 있고, 파생상품 시장도 거래세보다는 처음부터 양도세 체계를 기반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가 당정협의를 거친 사안인 만큼 원안대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반발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거래세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정기국회 세법심의 과정에서 어떤 합의안이 도출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