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내수활성화를 위한 카드로, 정부가 골프장 입장료 가격인하 정책을 선택했다. 일반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다만 '한시'라는 단서가 붙었다.
내수활성화를 위한 선택이지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남았다. 특히 이 문제는 골프장 업계가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안. 게다가 아직까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걷어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로 부자들에 대한 '특혜' 논란 소지도 남겨져 있다.
기획재정부는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 된 2012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 2년 '한시' 개소세 면제, 골프장 입장료 싸진다 = 개소세 면제 대상인 회원제 골프장이다. 이미 대중골프장(퍼블릭)은 지난 1992년 이후 개소세 비과세가 적용,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입장료가 저렴하다.
회원제 골프장 입장시 입장료에 적용되는 1만2000원의 개소세가 면제됨에 따라 개소세와 연동해 부과되는 교육세(개소세의 30%, 3600원), 농특세(개소세의 30%, 3600원), 부가가치세(개소세분, 1920원)등이 추가적으로 인하 총 2만1120원의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면세 적용기한은 2년으로 묶인다.
정부의 노림수는 내수활성화다.
전국 221개 회원제 골프장(18홀 이상)의 입장료를 낮춰 해외골프 수요를 국내로 유입키고, 이를 통해 음식점, 특산품 생산농가 등 골프장 주변 경기활성화까지 연결시키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골프이용객 확대시 그린피와 특산품 판매 등 골프장 매출 외에 캐디 등 골프장 종사직원, 인근 식당, 특산품 생산농가 등에도 소득증가 등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논란 소지는 남았다" = 재정부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 개소세 면제시 예상되는 세수감소액은 34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회원제 골프장 업계는 개소세 면제에 따라 연간 1조원 수준의 파급 경제효과(관광수지 개선, 내수진작 등)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도 내수진작으로 다른 세목의 세수가 증가, 개소세 면제로 인한 세수감소를 벌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체분석이다. 정부와 회원제 골프장 업계 입장에서는 시의적절한 정책인 셈.
하지만 논란의 소지가 없는 깔끔한 정책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일단 대중골프장(퍼블릭) 업계의 반발이 상당하다. 회원제 골프장 개소세 인하로 대중골프장이 '가격경쟁력'을 상당부분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가장 많은 골프인구가 몰리는 수도권 소재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입장료는 주중 17만8000원, 주말 22만7000원 가량. 현재도 개소세가 부과되지 않는 대중골프장의 평균 입장료는 주중 13만6000원, 주말 19만원이다.
회원제 골프장 개소세 인하 효과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대중골프장과의 가격차이가 사실상 '0'이 된다. 가격경쟁력이라는 무기를 빼앗겨야 하는 대중골프장 업계의 반발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대중골프협회 관계자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대중골프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일방적인 개소세 면제가 아니라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골프장의 경쟁력 유지를 고려한 정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내수경기 진작을 명분으로 부자들에 대한 특혜성 정책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반론도 많지만, 여전히 골프는 부유층들만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따라서 이 같은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정부가 내수활성화 정책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끝장토론' 끝에 이 제도 시행방안을 내놓자 시민·환경단체가 일제히 들고일어났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야당도 회원제 골프장 개소세 면제 효과와 상징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회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