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합'행보…'전태일'앞에서 제동 "진정성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 무산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0일 대선 후보 지명이후 이어진 파격행보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28일 전태일 재단 방문 무산으로 '국민대통합' 행보에 제동이 걸린 셈.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는 정치적 이념과 지지세대에서 대척점에 있던 인사들과 만나는'예방'에 집중됐다.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권양숙·이희호 여사 예방에 이어 2030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반값등록금 토론회 참석, 홍대 나들이 등 지난 한 주간 박 후보는 자신과 반대편에 있던 인사와 세대들을 만나왔다.

문제는 박 후보의 광폭행보가 '만남'이라는 것 자체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진정성'이 와 닿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전태일 열사 유족 뿐만 아니라 야당,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가 이날 "(박 후보의 추모방문이) 진정성이 없다"며 "22명의 노동자가 죽은 쌍용자동차 대한문 분향소는 찾아가 보지도 않으면서 여기 오는 것은 순서가 잘못되고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방문 거부의사를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민주통합당 전순옥 의원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박 후보가 좋은 취지로 재단을 방문하는 것이겠지만 이 나라 노동의 현실은 그렇게 쉽게 개선될 수 없을 만큼 문제투성이가 돼버렸다"며 "현재의 노동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쌍용차 문제는 지난 2009년 정리해고 이후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 등 22명이 해고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 돌연사, 가정불화, 우울증 등을 겪으며 한국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자들은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 앞에서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노동계는 이날 일제히 박 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에 대해 비판성명을 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에 새누리당과 박근혜후보가 나설 것을 요구하며 눈물겨운 노숙 농성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며 "절박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에 대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답은 철저한 무시였다. 또한 경찰은 지금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연행하고 있다"고 새누리당과 박 후보를 비판했다.
 
진보신당 박은지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박 후보는) 이명박 정권 내내 집권여당의 1인자로 있으면서도 노동자와 관련된 일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전태일 열사의 동상 앞에서 '노동자 계층 존중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논평을 통해 "철면피 행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반(反)노동정책을 집요하게 밀어붙인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로 반성과 사죄 한마디 없이 전태일 열사와 어머니를 만나겠다니 고인들을 뵙기가 민망하다"며 "열사와 어머니 그리고 고인들의 뒤를 이어 살아가는 수많은 전태일에 대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민노총은 "대선 후보면 무엇보다 노동자의 아픔과 희망을 살피는 것이 당연한데도 박 후보는 자신의 캠프 앞에서 '함께 살자'며 지금도 농성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목소리엔 단 한 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역시 자신의 트위터(@unheim)를 통해 "박근혜씨, 전태일 재단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먼저 쌍용차 노동자들부터 만나세요"라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외면한 채 코스프레나 하지 마시고 '의자놀이' 읽으시고 북 콘서트 한 번 하세요. 그거라면 적극 지지해 드리죠"라고 꼬집었다.

'전태일' 앞에서 멈춰진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쌍용차를 방문할 지 아직 확정은 안됐지만 어쨌든 오늘 일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당분간 대통합 행보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전태일 재단 방문은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