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국세청 직원들만이 열람할 수 있는 내부인트라넷에 한 통의 편지글이 게재됐다. 31일자로 명예퇴직을 선택, 국세청을 떠난 정경석 국세청 심사1담당관(사진, 이하 정 前담당관)이 직원들에게 보낸, 퇴임의 변을 담은 마지막 편지였다.
정 前담당관은 "1983년 4월1일 반포세무서를 시작으로 국세공무원의 길로 들어선 지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니 좋은 인연을 만나고 열정적으로 일하며 보람을 느끼는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모든 원동력은 선·후배 동료 여러분과 국세청이라는 큰 울타리 덕분이었다"라며 "몸은 비록 국세청을 떠나지만 안식처이자 자긍심이었던 국세청을 더 사랑하고 아끼며 국세청의 일원이었음을 영광으로 여기겠다"고 밝혔다.
지난 주, 국·과 직원들과 조용한 가운데 명예퇴임 행사를 가진 정 前담당관은 공직자 신분으로는 마지막으로 휴가를 얻어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는 후문. 그의 명예퇴직은 후배들에게 더 많은 승진기회를 주고자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는 전언이다.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난 정 前담당관은 경남고를 졸업한 뒤 세무대학교에 입학했다(1기). 세무대 졸업 후 230명의 동기생들과 함께 8급특채로 국세청에 입문한 그는 일선 세무서를 두루 돌아다니며 국세행정 경험을 쌓았다.
사무관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6개월 동안 일본으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으며 이후 통영세무서 직세과장, 동해지서장, 인천세무서 납세지원과장 등을 지냈다. 1999년 국세행정개혁기획단 총괄팀에 투신, 국세청 개혁작업에도 흔적을 남겼다.
국세청 감사관실에서 근무하던 지난 2006년 8월, 서기관으로 승진했고 초임세무서장은 원주세무서에서 했다. 2009년 1월 서울국세청 국제조사2과장에 임명됐고 이듬해 9월 국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으로 임명됐다.
국제세원관리담당관 재임 시절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과세기틀 확립, 해외금융계좌 신고 등 난제들을 무리 없이 처리해 내는 '수완'을 발휘,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하는 영광도 얻어냈다.
사람 좋은 인상에, 맡은 업무는 끝까지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의지파로 꼽혔다. 이해심도 넓어 폭넓은 상하관계 및 교우관계를 맺고 있는 '마당발' 스타일.
정 前담당관은 조세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든 직장을 떠나게 되어 섭섭하고 아쉽다. 하지만 나보다 훌륭한 후배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밖에서 국세청이 더 사랑 받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약력]
▲1956년 울산 ▲경남고-세무대(1기)-고려대 정책대학원 경제학 석사) ▲8급특채
▲반포세무서, 국세심판원, 남산세무서, 강서세무서, 국세청 국제조세1과, 일본연수, 통영세무서 직세과장, 동해지서장, 인천세무서 납세지원과장, 국세행정개혁기획단, 남대문세무서 세원1과장, 국세청 심사과, 국세청 감사관실, 원주세무서장, 서울국세청 국제조사2과장, 국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 국세청 심사1담당관(부이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