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평가액 2만원→1만6300원…2.1조 손실 불가피
재정위 전문위원실 "중소기업 지원기능 대체방안 필요"
정부가 올해 예산안 편성을 통해 발표한 기업은행 민영화 계획이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2006년 매각계획 발표 당시 주식가치는 주당 2만원 대였지만 내년도 정부 매각계획 예상금액은 주당 1만6300원으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량 매각 시 2조원 이상의 국고손실이 예상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1일 기획재정부 소관 '세입·세출 예산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결과를 제시하면서, "정부가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민영화를 전제로 예산안을 편성했다"며 "과거 기업은행 매각단가를 고려할 때 헐값매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발표한 2011~2015년 중기재정운용을 통해 기업은행 1주당 매각단가를 2만1900원으로 잡아 총 8조2000억원의 매각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올해 발표한 2012~2016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는 1주당 매각단가를 1만6300원으로 크게 낮췄다.
이에 따른 총 매각대금은 6조1000억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2조1000억원이나 떨어진 규모다.
보고서는 "정부는 기업은행 매각대금을 2006년부터 예산안에 편성했는데 이후 주가가 2만원을 넘었던 점을 고려하면 1만6300원의 매각단가는 20% 이상 낮은 가격"이라며 "주가가 낮은 시점에서 매각하는 것은 국민부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국가재정법상 의무를 해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6년 연중 최고가 2만750원을 기록했던 기업은행 주식은 2007년 2만3050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주당 4910원까지 폭락했다가 서서히 회복해 지난해 최고주가 2만950원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1만1500~1만4800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식 전량매각에 따른 역효과 문제도 거론됐다.
기업은행은 본래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정책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 지분(65.1%)을 전량 매각할 경우, 이 같은 공적 기능이 사실상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작년 예산안까지는 지배력 유지를 위해 50%+1주는 남기고 여유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으로 지배력 상실에 따른 법률개정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량매각으로 정부지분이 50% 미만이 될 경우 특례조항을 중지하고 시중은행처럼 은행법을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안대로 기업은행이 100% 민영화가 된 이후에는 중소기업 지원 등 정책기능이 사실상 상실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3~2015년에 걸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민영화 계획이 당초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에 정부 예산안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구상한 세입예산안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기업은행과 산은금융지주 매각대금 예산안으로 잡은 7조7383억원은 내년도 총수입 예산안(373조1000억원)의 2.1%이고, 기금을 제외한 세입예산안 253조8000억원의 3.0%에 달한다.
계획대로 매각대금을 수납되지 못할 경우, 내년도 관리재정수지는 –12조5000억원으로 악화되고, 국가채무 규모도 472조5000억원(GDP 대비 33.8%)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위원실은 "공공기관 매각대금은 국민적 합의와 국회승인이 필요한 사항으로, 실현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무리하게 예산안을 편성하는 것은 정부 예산안의 신뢰성을 저하시키고, 세출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기업은행과 산은금융지주 매각대금 감액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