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우려에 저금리, 보험상품 인기 하락
삼성생명 경영진단 앞당겨 실시에 업계 촉각
생명보험업계가 불황과 저금리로 경영여건이 악화된데다 보험상품에 대한 평가도 나빠지자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의 맏형인 삼성생명이 경영진단에 들어감에 따라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생명은 정기적인 일정보다 1년 앞당겨 경영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생명보험업계의 경영여건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 준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경기가 장기불황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보험사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다 보험상품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먼저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보험사 경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자산운용수익율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2012년 3월말 현재 삼성생명의 자산은 약 160조원인데 금리가 1%가량 떨어져 자산운용수익율이 1% 하락하면 1조 6천억원의 수익이 줄어 그만큼 경영실적이 악화된다.
보험사는 보험계약 시 예정이율로 할인된 보험료를 책정하고 보험계약 만기까지 같은 보험료를 받는다. 따라서 예정이율보다 실제 운용수익율이 낮아지면 보험사는 그만큼 손실을 입게 된다. 실제로 IMF 외환위기 때 연 18% 예정이율의 보험상품을 판매한 적이 있는데 최근의 연 4.7% 수준 운용수익율을 감안하면 연 13.3%의 역마진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저금리가 지속되면 보험회사는 당초 예상했던 운용수익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대체 투자수단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투자위험이 따르고 안전자산 위주로 운영해야 하는 보험사의 특성상 한계가 있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성장할 여력이 없는 것도 생보사의 고민거리다. 보험설계사 숫자는 늘어났음에도 신규보험가입자는 감소세를 보이는 실정이다. 2012년 3월말 현재 생명보험업계의 모집종사자는 약 15만 5천명이다. 이는 전년보다 2만 3천명이 늘어난 것이다. 모집인이 늘어난 반면 올해 1분기(4~6월) 생명보험업계의 신규계약은 전분기 대비 17.6% 급감해 보험사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은 1분기 신규계약 실적은 전분기 대비 7,484억원이 감소한 3조 5,405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보험가입율이 포화상태에 이르런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보험세대가입율은 95% 수준이다.보험 가입이 필요 없는 부자와 보험가입을 할 수 없는 저소득층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생보사들은 해외시장 개척으로 탈출구를 찾아 나섰으나 업적이 미미하고 해외점포의 적자는 쌓여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2년 상반기 생보사 해외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총 보험료 수익은 48백만달러(약 530억원)에 불과하고 당기 순손실은 작년 상반기 7.6백만달러(약 8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4백만 달러(약 154억원)으로 약 2배 가량 증가하였다.
또한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보험사에는 악재다. 연금보험 등 생존보험의 경우 사망시까지 매년 또는 매월 일정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보험가입자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살 경우 그만큼 지급보험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연금 등 생존보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역마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자료 : 통계청
이와 같이 외부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보험사의 자체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어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보험상품의 경쟁력이 은행 등 다른 금융상품보다 떨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금융감독원이 10월에 발표한 연금저축 소비자 리포트를 보면 보험사의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보험회사가 판매한 연금저축이 금융권 전체 판매량의 80.4%를 차지하여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10년간 수익률은 자산운용사 및 은행보다 낮은 최하위권을 나타냈다. 계약 초기에 과도한 사업비를 공제하고 자산운용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상품운용 전략에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력상품인 변액보험도 낮은 수익률이 발표된 후 판매실적이 급감하였다.
지난 4월 한국금융소비자연맹이 변액연금 상품 중 90%가 과거 10년 평균 물가상승률(3.19%)을 하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이후 변액보험 판매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 회계연도 1분기(4~6월) 생보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1회차 보험료)는 작년 4분기보다 29.6%(1,454억원) 급감한 3,450억원에 그쳤다. 변액보험의 판매 저조로 생보사들의 초회보험료는 3조5,40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6%(7484억원) 감소했다.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상품 운영에 관한 정보공개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도 생보사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연금저축의 경우 소비자들의 정보공개 요구로 연금저축에 대한 공시제도가 도입됐다. 금융감독원, 생명보험협회 및 각 생보사의 홈페이지에서 수익률과 수수료, 계약 유지율 등 제반 정보를 공개하게 되어 경쟁이 치열해지게 됐다. 갈수록 생보사의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삼성생명은 최근 경영 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만을 선정해 경영진단을 받기로 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은 통상 매 10년 마다 하고 있으나 생명보험업이 처하고 있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아래 1년 앞당겨서 실시하기로 한 것으로 일려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손익과 성장성 등 경영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중장기 경영계획을 점검해 볼 필요가 생겼다“며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회사의 현 위치와 향후 전략을 재정립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컨설팅 회사를 선정해 경영진단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은 상품, 영업, 마케팅, 고객서비스, 해외사업 등 회사 전 부문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며 내년도 경영계획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가능하면 올해 안에 컨설팅을 끝낼 계획이다. 통상 경영진단을 받게 되면 조직개편과 이에 따른 임원인사가 뒤따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진단이 삼성생명은 물론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유명한 삼성그룹이 위와 같이 위기에 빠진 생명보험 업계에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