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세계 질서를 이끌어갈 미국과 중국, 'G2'의 '오바마-시진핑'시대가 막을 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심의 중국 5세대 지도부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가 끝나는 이번 주 공식 출범한다.
오바마2기-'시진핑체제 10년'동안 미·중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회귀 전략이 맞닥뜨리면서 세력재편이 진행되고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집권2기 첫 해외순방지로 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국을 택한 것도 중국 견제를 강화하려는 적극적 신호로 읽힌다.
미·중간 역학구도 변화는 우리의 'G2'외교에도 큰 시련과 고민을 예고한다. 한·미동맹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금까지의 외교기조로는 갈등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국익을 지켜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G2외교에서 유연성을 가져야하고, 그러기위해서는 남북관계 회복이 중요하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어야 중재자로서의 우리 입지도 보다 단단해질 수 있다.
향후 5년 대한민국을 이끌 우리의 대선후보들이 과연 어떠한 복안과 전략을 갖고 있는가.
오바마와 시진핑 두 지도자 앞에는 무역분쟁과 인권문제에서부터 군사∙외교적 중심축을 아시아로 이동하는 미국의 전략, 영토분쟁에서 중국의 강경대응 등 민감하고 까다로운 사안들이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는 대선 캠페인 동안 중국 문제를 핵심 사안으로 언급하며 대중 관계에 줄곧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규정하겠다고 공약한 미트 롬니 공화당후보의 공세에 대응하는 차원도 없지는 않았지만 아시아에서의 군사력증강 시도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대선토론에서 실토하기도 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토분쟁과 관련해 다자간 해법을 촉구하며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미사일방어시스템 확장을 천명하고 호주 북쪽해안에 해군 2500명을 배치하겠다고 말해 중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오바마가 표방하는 '아시아에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이 중국의 두려움을 가중시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국의 국익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미국 보수진영내의 비판도 적지는 않다. 서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우방국들을 지켜주려면 엄청난 해군력배치가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태세를 어느 수준까지 강화할 것인지, 또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 문제에서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 것인지가 '뜨거운 감자'다.
오바마 집권2기에 미국이 대북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지도 주목거리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미 행정부 내의 대북 유화파들이 힘을 못 쓰고 있고, 북한이 비핵화조치 등으로 대화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미국이 먼저 움직일 계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오바마가 재선을 앞두고 북한문제에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 등으로 비핵화조치와 대북영양지원을 맞바꾼 2·29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4월 13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발사로 합의는 실행되지 못했다.
우리 정부 역시 '비핵·개방3000' 구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했지만, 천안함 침몰, 연평도포격 등으로 남북관계는 사실상 단절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한미동맹이 공고해지면서 우리 정부 내 대북 보수·강경파가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이렇다 할 이견을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주도로 대북관리가 이루어지는 듯한 모양새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미국대통령이 재집권하는 경우 북한문제 등 대외정책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 또 시진핑의 대외정책과 그를 둘러싼 미중갈등, 연말 한국대선에서 정권교체 여부 등이 주목할 만한 변수로 남아있다.
우리 대선에서 여당이 재집권 할 경우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대화시도는 하겠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획기적 진전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새 정부는 대북경제제재조치 해제와 이산가족상봉, 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미국과 대북정책 조율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시진핑이 미국에 대해 대등한 '대국(大國)관계' 건설을 요구하며 경쟁과 대결로 치달을 경우 북한 문제를 두고 자연스레 중국·북한 대 미국·한국 구도가 형성돼 우리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몰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의 한·미관계를 심화 발전시키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전략적 동맹관계에 걸맞게 업그레이드 시키겠다"고 공약했다. 한·미간 포괄적 동맹은 중국견제용이다. 이를 심화 발전시키면서 한·중관계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묘책은 무엇인가.
박 후보는 "신뢰가 쌓이고 비핵화가 진전되면,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남북 간 신뢰구축이나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제2의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용납하지 않겠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며 군비증강 의지를 강하게 비쳤다. 북한 측은 박후보의 외교안보통일정책 공약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보다 "더 위험천만한 불씨를 배태(胚胎)하고 있는 전면대결공약, 전쟁공약"이라고 벌써부터 날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남북대화 재개와 주변국과의 '균형외교'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 또한 원론적,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익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에서 동북아 힘의 균형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과 한·중동반자관계 사이에서 북한문제까지 짊어진 우리 입장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2013년은 한·미·중·일 4국에서 리더십이 새롭게 시작된다. 미·중간 대립과 갈등에 휘말리지 않고 남북관계를 우리가 주도하며 한·미·중 협력관계를 열어나갈 외교 전략은 무엇인가. 대선후보들은 치열하게 고민해 그 밑그림을 내놓아야한다.
[약력]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 주재 부국장, 경제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조세일보 논설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