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캘리포니아 북부지방 법원 판결을 앞두고 HTC와 맺은 특허 라이선스 합의문을 일반에 공개했다.
미국의 IT 및 미디어 전문 보도매체인 더 버지는 “애플이 HTC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 합의문을 로열티 조건 등 민감한 내용은 알아볼 수 없도록 가린 다음 법원에 제출했다”며 “애플의 핵심 디자인 특허권과 HTC의 9개 특허권도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삼성과 애플의 평결불복심리에 대한 1심 판결을 위한 하루 앞둔 이날 애플과 HTC 간의 라이선스 계약 문건이 공개됨으로써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지난달 21일 미국 새너제이 법원의 폴 그레월 행정판사는 로열티 조건을 뺀 나머지 부분을 요약해서 공개하겠다는 애플의 요구를 일축하고 제3자인 HTC와 체결한 라이선스 협상의 로열티를 포함한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애플이 판사의 명령을 무시하고 종전의 주장대로 로열티 등 민감한 부분을 제외한 일부분 공개에 대해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애플은 배상평결 금액에 대한 청구뿐만 아니라 특허침해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으므로 삼성의 모든 제품에 대해 영구 판매금지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애플이 금전적 보상을 통해 HTC와의 분쟁을 해결했다면 애플의 판매금지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애플의 특허라는 것이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도 있고 또 보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루시 고 판사는 지속적으로 두 회사가 합의할 것을 종용해 왔다. HTC와 합의를 이룬 애플이 삼성과 합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부족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HTC와 어떤 조건과 금액으로 합의를 이루었느냐가 문제될 수 있다. 그래서 애플이 로열티와 민감한 부분을 공개하기를 꺼리고 또 일부분만 제출한 이유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루시 고 판사가 애플이 제출한 서류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삼성에게 불리한 판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행정법원 판사인 폴 그레월의 판결을 인용한다면 애플에게 좋지 않은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애플이 합의를 거부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계약 조건은 일반적인 예상보다는 약했다. 두 회사는 상대방 특허권에 대해 비독점적이고 양도 불가능한 라이선스 계약으로 다른 업체에 다시 라이선스도 못하는 조건이다.
법무법인 로플렉스의 여인봉 국제변호사는 “이번 공개된 서류가 불완전 하기는 하지만 삼성전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애플이 삼성전자와 HTC에 차등적인 요구를 했다면 애플의 지금까지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어 판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