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의총서 주류-비주류 공방자제속 이견..갈등 불씨 잠복
민주통합당은 21일 대선 패배에 대한 무한 책임을 통감하며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수습 방안과 대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 입장차를 보여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과 오후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어 대선 패배와 정권교체 실패라는 결과가 초래된 것에 대해 무한 책임의 자세로 반성하면서 향후 당 수습과 정상화 과정에서 처절한 자기 성찰과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기로 했다.
윤관석 원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 정권교체 여망을 담아내지 못한 반성과 함께 당을 새롭게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고 지지해준 유권자에 대한 무한 책임감을 결의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의총은 침울한 가운데서도 40여명이 발언에 나설 정도로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또 첫 의총부터 책임론을 거론하면 당이 분열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음을 의식한 듯 특정 인사나 세력을 비판하는 발언은 자제하는 기류가 강했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반성과 성찰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선거전략과 캠페인, 정책공약 등 선거운동 전반에 대한 평가를 시작하고 선거 백서로 정리하기로 했다.
이미 이해찬 전 대표 등 최고위원 전원이 지난달 18일 안철수 전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물꼬를 트기 위해 사퇴한 데 이어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대선 패배의 책임을 통감하며 물러나 사실상 민주당은 모든 지도부가 총사퇴한 상황이다.
그러나 의총에서는 비대위 구성과 권한, 존속기간 등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 논란이 벌어졌다.
문병호 정성호 최원식 의원 등 비주류는 문재인 전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는 것을 문제삼고 나섰다. 대선 종료에 따라 문 전 후보가 더이상 당대표 권한대행이 아니기 때문에 지명권을 행사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박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달 지도부가 총사퇴할 때 문 후보는 대선 후보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다고 했기 때문에 권한대행으로서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비대위 권한과 존속기간에 대해서는 조속히 새 지도부를 선출해 당의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기 전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 의원들은 비대위가 혁신은 물론 범야권 통합까지 추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운영기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비주류 측에서는 원내대표를 빨리 선출해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했지만 다수는 원내대표 조기선출에 공감하면서도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런 입장차는 문 전 후보로 대표되는 주류가 비대위 구성을 주도해 또다시 당권을 장악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는 비주류의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비주류 인사들로 이뤄진 쇄신모임의 이날 오전 회동에서는 주류 친노(친노무현) 그룹에 대한 성토와 함께 문 전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선거 패배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2선 후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향후 비대위 구성과 원내대표 선출 등 당 수습 과정에서 계파간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주류 측은 문 전 후보가 사심없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당 수습에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마치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시도처럼 보는 것이 옳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례가 없을 만큼 모든 계파를 중용하는 `용광로 선대위' 체제를 꾸렸음을 감안하면 친노의 독점으로 대선에서 졌다는 식으로 몰아가면 안된다는 반감도 크다.
한 친노 인사는 "친노는 선대위 구성 때부터 요직을 맡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핵심참모 선대위 퇴진, 이해찬 전 대표의 사퇴 등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친노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