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사, 세계 인프라건설 강자로 급부상

중동 동남아서 지하철 항만 특수교량 등 인프라 수주 잇달아

해저터널 전철 등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토목 공사에 경쟁력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SK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중동과 동남아로부터 해저터널 특수교량 지하철 항만 등 고부가가치 인프라건설 공사를 잇달아 따내 세계 인프라건설 시장에서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사내용도 1970년대 중동지역에서 사막위에 도로를 건설하던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고부가가치 건설공사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새로 건설되는 신도시와 구도시를 연결하는 순환철도나 도심 지하철은 물론 육지와 섬을 잇는 해상교량, 인공섬 그리고 대륙과 대륙을 바다밑으로 관통하는 해저터널까지 토목분야에서는 최첨단으로 일컬어지는 공사를 우리 건설사들이 척척 해내고 있다. 이런 도로나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한 역사, 항만, 공항 건설공사역시 우리 건설사들의 몫이다.

사회기반시설 공사는 규모가 큰데다 발주처가 국가 또는 정부투자기관이어서 공사대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어 국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에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활로가 되고 있다.

현대건설, 바다위에 36Km 다리 건설… 인공섬까지 조성

현대건설은 지난11월 쿠웨이트 정부로 부터 26억 달러 규모의 해상교량 공사를 수주했다. 

'코즈웨이 해상교량'이라고 불리는 이 다리는 쿠웨이트시티에서 수비아섬을 연결하는 36.14km의 해상교량으로 60개월에 걸쳐 건설하는 메가 프로젝트이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만에 비대칭 사장교 건설과 더불어 해상교량 중간에 2개의 인공섬을 조성하여 교량의 유지관리와 해상관광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이에 앞서 쿠웨이트의 부비안 섬에 대형 컨테이너선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컨테이너 항만도 건설중이다. 현대건설은 총 3단계 중 1700m 길이의 안벽을 조성하는 1단계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데 1단계 공사를 통해 2단계와 3단계 공사 수주에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앞으로 부비안 섬에 들어설 리조트와 신도시 건설공사까지 따낸다는 전략이다.

쿠웨이트 지역의 바다는 바닥이 진흙으로 이뤄져 무거운 건축물을 세우면 땅이 가라앉아 공사가 어려운 곳이다. 현대건설은 광양제철소와 인천국제공항을 세울 때 터득한 노하우를 활용해 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현장의 이명신 프로젝트 매니저는 “수평과 수직을 맞춰 수백 개의 쇠기둥을 박아 섬 전체의 지반을 침하시켜 땅을 단단히 만드는게 기술”이라며 "50년 동안 이뤄질 지반침하를 공사 기간에 미리 진행시키는 현대만의 기술을 적용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GS건설, 싱가포르 베트남서 지하철 전철 수주 잇달아

지난 9월 GS건설 허명수 사장은 싱가포르를 직접방문했다. 싱가포르가 GS건설의 해외 토목건설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GS건설은 2009년 싱가포르 C911 지하철 공사, C913 지하철 공사에 이어 2011년에도 싱가포르 C925 지하철 공사와 C937 지하철 공사를 수주했다. 금액으로 1조2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다.

특히, C937프로젝트는 싱가포르 관광의 중심지 클라케 콰이의 강 아래를 관통하는 하저터널 공사로 지하철 공사 역사상 최고 난이도의 공사로 평가되고 있다. 공사 기간 중 강의 수로를 수 차례 우회시켜야 하는 고도의 시공능력을 요구하는 공사여서 GS건설의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GS건설은 지난 8월에도 베트남 경제 중심지인 호치민시에서 4700억원 규모의 호치민 메트로 1호선 공사를 수주해 동남아 지하철 공사의 강자임을 증명했다.

베트남 호치민 메트로 1호선은 호치민시의 빈탄에서 수오이티엔까지 연결되는 총 연장 19.8㎞의 도시철도 프로젝트이며, 1공구는 지하 2공구는 지상구간이다.

이번 GS건설이 수주한 2공구는 지상구간으로 17km인 총구간의 80%가 넘는 14㎞를 고가교위에 건설하고 이와 더불어 특수교량 6개소, 역사 11개소, 21만㎡ 규모의 차량기지까지 건설하는 공사다. 공사금액은 약 4억2천만 달러이고 공사기간은 54개월로 GS건설이 국내에서 수행한 의정부 경전철에서 쌓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일본이 차관을 제공하는 사업을 수주해 눈길을 끈다.

GS건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베트남에서 후속 발주 예정인 호치민시 지하철 6개노선과 수도 하노이시 지하철 5개 노선 사업에서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건설,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해저로 연결

SK건설은 지난달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초대형 해저터널 ‘터키 유라시아 터널’ 공사에 들어갔다.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 5.4km를 복층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이 공사는 접속도로를 포함할 경우 총 연장 14.6km에 달하는데 총 사업비가 12억4000만 달러로 리비아 대수로 공사 이후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벌인 최대 토목 공사로 꼽힌다.

공사기간은 총 52개월로 2017년 4월 개통 예정이며, 유지보수 및 운영기간은 공사 완료 후 314개월(26년 2개월)이다. 시공은 SK건설과 터키의 대형 건설사인 야피메르케지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SK건설은 얼마전 이 사업을 위해 국내외 굴지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과 ‘터키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세계 10개 금융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 더욱 그 의미가 크다.

롯데건설, 까다로운 일본 도시 인프라시장서 두각

롯데건설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으로 부터 터널, 하수관로 그리고 공항 국제선터미널 등을 수주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에 완공한 오사카의 '아마미 터널'공사는 2008년 오사카 지자체로 부터 수주해 3년여의 공사를 거쳐 완공했다. 일본 오사카 마츠바라시 아마미북의 도로를 연결하는 연장 380M 폭 25.8M의 터널공사로 주민들로 부터 마츠바라시의 교통난을 크게 덜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건설은 아마미 터널공사와 함께 오사카 지자체로 부터 오사카의 카도마시 도심의 1664m에 달하는 하수관로 공사까지 시공해 오사카 지방정부로 부터의 두터운 신뢰를 확인했다.

롯데건설은 이러한 일본에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네다 국제공항의 여객터미널도 건설했다.

2008년 도쿄국제공항터미널주식회사로 부터 수주한 '하네다 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은 오오타구 하네다 공항내 지상 7층 연면적 6만7133㎡에 자주식 입체주차장을 포함한 여객터미널 신축건물을 건설하는 공사다. 

국제선 여객터미널에는 여행객이 항공기 탑승과 공항이용에 필요한 각종 시설과 공항운영시스템 등을 포함하고 있어 롯데건설의 높은 기술력과 건설역량을 일본에 과시했다. 

하천복구 해양석유터미널 등 한국의 건설경험 살려 

대우건설은 알제리에서 수도인 알제의 중심을 관통하는 엘하라쉬 하천을 복구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비가 34억달러 규모로 매머드급 공사로 불린다.

엘하라쉬 하천복구 공사는 하천 자체가 지난 수 십년간 강 주변에 방치된 각종 쓰레기와 공장폐수의 유입 등으로 오염이 심각해 현지에서조차 '죽음의 강'으로 불린다. 선진국들도 수 차례 도전했지만 모두 포기한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과 최근의 4대강 사업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강 살리기에 나섰다. 

한화건설은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가 발주한 5억8500만 달러 규모의 해양터미널 공사를 수주했다. 한화건설은 설계부터 시공, 사후 관리까지 한화건설이 모두 담당하는 일괄도급방식(EPC)을 제안하여 올해 본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에 들어 갔다.

이 공사는 대형 유조선으로 부터 원유를 공급받는 해상계류시설과 8.8Km의 해저파이프라인 등 고난이도 공사가 포함되며 완공시 32만톤급 대형유조선으로 부터 해상에서 원유를 공급받고 12만톤급 선박 3대가 동시에 부두에 접안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민간건설사의 해외 인프라 사업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해외 공항건설 참여도 눈에 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이라크 쿠르드 지역내 도훅 신공항 건설 착공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훅 신공항은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내 도훅 인근에 2억 달러를 투입해 연간 50만 명 규모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게 건설된다. 최근 아르빌 신공항 운영 컨설팅용역에서 성과를 올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1월 도훅 주정부와 903만 달러 규모의 신공항 사업관리 용역 계약을 체결해 공항 마스터플랜 검토, 공정, 설계관리와 감리 등 핵심 용역을 2015년까지 진행하게 된다.

중동 복구사업, 개도국 산업화 등 토목시장 확대 기대  

토목사업은 규모가 큰데다 장기간에 걸쳐 시행돼 다른 건설분야보다 많은 인원과 사업비가 투입된다. 내용면에서도 과거의 도로 건설과 달리 최근 우리 건설사들이 시공하고 있는 하이테크 시설들은 사업비가 대부분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게다가 최근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 국가들이 민주화 혁명후 파괴된 기반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산유국 특유의 막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있고 최근 동남아시아와 남미 저개발국가들의 산업화  도 가속도가 붙어 이들 국가의 기반시설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항만시설만도 현재 계획돼있는 각국 정부의 투자규모가 2천억 달러가 넘는다. 중동국가들이 150억 달러, 인도와 브라질 정부도 기존 항만 확장과 현대화에 각각 250억 달러에 이른다. 석탄과 철광설 수출이 늘어 나고 있는 호주정부는 얼마전 1천억 달러가 넘는 항만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30년까지 항만 수요가 지금의 4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그러나 인프라건설시장의 국가간 경쟁도 만만치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급속히 성장한 중국과 동구권 국가들이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낮은 토목건설시장으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동구 국가들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갈수 있도록 외교, 금융 부분을 포함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