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수석부대변인이 27일 오후 인수위 1차 인선명단이 든 봉투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 김용진 기자)
'밀봉인사'로 언론에 '통보'…부적절 인사 관련한 입장 들을 수 없어
박근혜 당선인의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 발표 역시 '철통보안'으로 이뤄졌다. 이에 지나친 '깜깜이 인사'로 언론 '통로'마저 원활하지 못 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27일 오후 인수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을 발표한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테이프로 봉해진 서류봉투를 뜯으며 자신도 미리 확인하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명단을 받고 바로 밀봉했다"며 "지금 이 자리에서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수석대변인은 박 당선인에게 '통보'받은 인수위 명단만 전할 뿐, 인수위 인선과 관련해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었다. 윤 수석대변인은 인수위 1차 명단을 발표한 후 기자들의 물음에 속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박 당선인의 '밀봉 인사'가 언론과의 소통마저 방해하고 있는 것.
■ '철통 보안'으로 "아는 바가 없는" 대변인들 = 이날 특히, 윤 수석대변인과 기자들간 설왕설래 했던 부분은 박 당선인이 인수위 하에 설치키로 한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의 위원들을 인수위원으로 규정하는 부분이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외 24인 이내의 인수위원이 '명예직'으로 규정돼 있다.
각 인수위원들이 필요하면 정부기관 직원을 소속기관장의 동의를 얻어 전문위원과 사무직원 등으로 차출할 수 있어 실무형 소규모 인수위여도 100명 내외가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기자들이 두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장 및 위원 총 12명을 인수위원으로 규정할지에 대해 거듭 질문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윤 수석대변인은 "현재로서는 '기다,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며 "추후 2차 인선이 나올 것이고 그 때 확실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인수위원인지 아닌지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확답을 못 해 기자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그는 "제가 수석대변인으로 있는 한, 여러분이 특종도 낙종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인수위 관련해 박선규 대변인 역시 '깜깜이'다. 전날(26일) 인수위 관련한 질문에서도 "당선인께서 대변인한테 조차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는 바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밀봉인사'는 박 당선인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종종 "특종도 낙종도 안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특유의 언론관에서 비롯된다.
■ 제왕적 권위주의 '불통' 자초…논란인사에 대한 입장 물을 수 없어 = 자신 이외에 측근에게도 밝히지 않는 인사스타일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한 측면도 있지만 '나 외엔 자격이 없다'는 제왕적 권위주의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같은 인선이 '깜짝 인사'로 신선함을 줄 때보다, 부적절한 인사가 임명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밀봉인사'로 대변인이 전달자 역할만 해 논란이 되는 인사에 대해 전혀 입장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측근 인사들조차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한다.
이날 발표된 김경재 국민통합위 수석부위원장, 김중태 부위원장 등은 대선 기간동안 야권을 향해 '막말'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대선 선거기간동안 "노 아무개라는 사람이 국정을 농단하고 호남을 차별하고 심지어 자신에게 (대선에서) 90%를 찍어 준 우리에게 '그 사람들이 이회창 미워서 날 찍었지' 라고 싸가지 없는 발언을 했다"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김중태 전 위원장 역시 "낙선한 문 후보가 봉화마을 부엉이바위 위로 찾아가 '아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내가 부르다가 죽을 이름이여'를 외치며 부엉이귀신 따라 저 세상에 갈까 그게 걱정"이라고 막말을 해 '사과'하기도 했다.
때문에 박 당선인이 "우리를 지지 하지 않은 국민 여러분의 마음도 잘 챙기고 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런 '밀봉인사'가 과연 얼마나 국민의 '진정성'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밀봉인사'와 관련 기자의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서 그런 것이지만 청와대 인선이나 내각까지 그러겠느냐. 좀 더 지켜보자"고 에둘러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