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가칭)을 두고 사회 일부 각계의 비판이 제기된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계기로, 금융 감독 기능의 패러다임은 금융 산업 발전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로 바뀌고 있지만, 정부 입법안의 내용에는 실질적인 제도들이 포함돼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이 전면에 내세워져 있는데, 금융 소비자 보호가 지금과 비교해 실제로 강화되기에는 허점투성이라는 지적들도 적지 않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호준 의원(민주통합당)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합리적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금융위, 전국은행연합회, 금융경제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토론한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반면, 법안의 내용이 전면적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의됐다.
우선 입법을 추진하는 금융위는 기존의 금융 상품 판매 규제와 분쟁 조정, 금융 교육 등의 관련 제도를 포괄하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유삼 금융위 금융소비자과장은 "금융 상품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재분류해 각각의 규제 기준을 통일하고, 금융회사 직원이 가입자에게 금융 상품에 대한 설명을 소홀하게 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 등이 법안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박사는 "금융 상품의 판매 행위를 규제하고, 피해 발생 시 금융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며,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는 것이 정부 입법안의 주를 이루고 있는데, 정작 금소원이 금융회사의 영업 행위를 사전에 규제할 수 있는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내용은 부실하고, 금융위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때 새로 설치될 금소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인사 및 예산의 독립성이 있는데, 금융위와 금감원, 금소원의 구조를 볼 때 세 기관의 위계질서가 엿보인다. 금소원장 임명권이 금융위에 있고, 금소원 예산의 승인 역시 금융위가 할 수 있어, 금융위의 산하기관이 1개 더 늘어나는 것이며, 금소원이 단순하게 분쟁 및 민원 처리만 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감원이 수행 중인 분쟁 및 민원, 금융 교육 등을 금소원이 맡게 되는 것은 금융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 봐도 달라지는 게 없다. 금융정책과 사전·사후 감독을 금융위가 독점하고 있는 현행 구조를 해체하고, 금감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즉, 금융정책과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 금융 소비자 보호의 세 기능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금융 감독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주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도 "현행 금융 감독 체계는 금융위가 금융 산업 진흥 및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 금융 소비자 보호의 행정권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그 밑에 이를 집행하는 금감원이 있는데, 이러한 구조의 문제는 이 기능들이 서로 갈등 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 그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설치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백 변호사는 "2000년대 들어 대규모의 금융 사고가 자주 발생했는데, 금융 산업을 진흥시키는 금융정책은 금융회사에 유리한 대신 금융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대량 연체 및 키코(KIKO·환율 연동 파생 상품) 손실 사태, 저축은행 후(後)순위채 부실 등은 카드 사용 활성화나 복잡한 금융 상품의 설계 등의 금융정책이 금융 소비자를 우선시하지 않은 탓에 발생했다.
그는 또 "시중은행에서 판매되는 금융 상품의 경우, 가입자들은 이를 안전하다고 여기는데 실제로 위험성 높은 투자 상품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안정성 높은 금융 상품에 한해 시중은행에서 판매되도록 하고, 금융회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며, 금융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