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회사에 보증을 서주고 상당한 수수료를 받은 대기업들에 대해 법인세 과세가 한층 강화된다. 그동안 정확한 계산방법이 없었던 대기업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의 정상가격 산출기준이 세법에 명확히 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해 보다 수월하게 세금을 거둘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2012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대기업들의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 산출기준을 마련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계산방법은 ▲편익 접근방법 ▲비용 접근방법 ▲비용·편익 접근방법 ▲금융회사 이자율 차이 계산법 ▲국세청 산출 방법 등 5개로 확정됐다.
특히 개별 기업마다 각각 달랐던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계산방법이 세법 시행령에 정확히 규정됨에 따라 국세청과 대기업 사이에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과세를 놓고 벌어졌던 분쟁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과세방법이 없었다?" =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란 쉽게 말해서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자회사에 보증을 서주고 받는 대가다.
최근 우리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해외자회사 설립도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자회사의 경우 현지에서 공장을 설립하고 사업을 운영하는데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며, 현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된 해외자회사만 믿고 떡 하니 돈을 내줄 금융기관은 없다. 신용등급이 턱없이 부족한 해외자회사들은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자회사 및 해외 특수관계회사들을 위해 보증을 서주는 경우가 많다. 신설된 해외자회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소 위험한 빚 보증을 서주는 셈이다.
실제로 국세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자회사 지급보증액 규모는 지난 2006년 128조원에서 2010년 345조원으로 5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대기업들은 해외자회사의 보증을 서주는 대가로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를 받는다. 문제는 해외지급보증 수수료가 일종의 서비스 수익에 포함돼 법인세가 과세된다는 사실이다.
OECD 이전가격지침에 따르면 해외 특수관계자 사이의 지급보증은 서비스 거래로 분류돼 정상가격(Arm's length price)에 따라 법인세가 과세된다. 우리나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서도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는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현행 세법 및 세법시행령에는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를 계산하는 방법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계산원칙만 규정돼 있을 뿐 정확한 산출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계산방법 명확해졌다" = 재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의 정상가격 산출기준을 5개로 확정했다.
대기업들은 시행령에 규정된 5개 방법 중에서 1개를 선택해 수수료 금액을 계산하고, 국세청에 신고해 법인세를 납부하면 된다.
우선 편익 접근방법은 해외자회사가 보증으로 얻은 이익(기대편익)을 기초로 정상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빌리는데 연 10%의 이자를 내야했던 해외자회사가 국내 대기업이 지급보증을 서줌에 따라 이자율이 5%로 줄었다면, 감소한 이자부담 5억원(100억원×5%) 가량이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금액으로 인정된다.
다만 감소한 이자부담 전액을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로 칼같이 과세할 경우 대기업이 지급보증을 서주고 얻는 실제 이익이 별로 없으므로, 5억원보다 다소 적은 금액으로 신고해 법인세를 납부하는 것을 허용해준다.
비용 접근방법은 국내 대기업이 보증을 서줌으로써 갖게 되는 리스크를 기초로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의 금액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대기업이 보증으로 예상되는 위험과 비용을 기준으로 수수료 정상가격을 계산해 법인세를 신고·납부할 수 있다.
비용·편익 접근방법은 위 2개 방법의 절충안으로서 지급보증을 통해 대기업이 떠 안은 리스크와 해외자회사가 얻은 이익 사이에서 적절한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 리스크가 10억원이고 해외자회사 이익이 8억원이라면,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을 9억원 가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회사 이자율 차이 계산법은 대기업들이 금융회사가 산정한 지급보증 유무에 따른 이자율 차이를 근거로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100억원을 빌리는데 연 10%의 이자를 내야했던 해외자회사가 국내 대기업 지급보증으로 이자율이 5%까지 줄었다면, 감소한 이자부담 5억원(100억원×5%) 전체를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금액으로 신고해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편익 접근방법보다 세부담이 크다.
재정부는 국세청이 개발한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계산방법도 인정해주기로 했다. 국세청 계산방법은 국내 대기업과 해외자회사의 표준화된 신용등급에 대응되는 가산금리의 차이를 기초로 수수료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 국세청·대기업, "세금전쟁 승자는?" = 한편 국세청은 지난 2005년부터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한 본격적인 과세를 시작했다. 명확한 계산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과세를 시작함에 따라 대기업과 국세청 사이에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3월 종료된 2011년 귀속 법인세 신고시 국세청에서 자체적으로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 결정모형을 마련해 지난 2006년분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해 상당한 금액의 법인세를 부과하자 대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국세청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정상가격 산정기준에 따라 갑자기 거액의 세금을 납부해야 할 처지에 놓은 대기업들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아직 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재정부가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 산출기준을 마련했지만, 시행일 공포 이후 최초로 보증하는 분부터 적용되므로 조세심판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하지만 재정부에서 국세청에서 개발한 계산방법을 인정해준 만큼 현재 진행중인 심판 결정에도 다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엿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회계법인, 국세청 등에서 나름대로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계산방법을 갖고 있었지만 세법 시행령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대기업들과 국세청 사이에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를 두고 벌어지는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