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3월 이후 무이자 할부서비스 유지여부 ‘오리무중’
금감원 뒤늦게 마케팅비용 통제로 카드사 고삐 죄려는듯
연초부터 카드 소비자들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카드를 결재할 때 무이자 할부가 적용되지 않아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과 제휴 등을 통해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면서 2~3개월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거나 특별할인 행사를 치러왔다.
그러나 지난달 22일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감독규정이 새롭게 적용돼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마케팅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서비스의 마케팅 비용을 전담할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하게 돼 대형 가맹점에 마케팅 비용의 분담할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카드이용 고객들의 불만이 거세졌고 일부 카드사들은 무마용으로 설 연휴 또는 내달말까지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유지하겠다며 고객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KB국민·현대·롯데 등 일부 카드사들은 올해부터 중단키로 한 행사용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내달 17일까지 2~3개월 무이자 할부행사를 유지키로 방침을 정했다. BC카드는 내달말까지 무이자 할부를 계속하며 삼성카드는 이달말까지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드사마다 무이자 할부서비스 적용 기간이 다르며 카드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1년 이후부터 KB국민카드 순익은 전업카드사 집계에 포함됨. 자료 : 금융감독원
■ 세금 더 걷으려 키워준 카드업체, 소비자 불만 외면…마케팅 비용은 5조원
카드사들이 급성장하게 된데는 무엇보다 정부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7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제정하며 민간소비 진작과 세원투명화를 통한 조세수입 확대를 위해 의무수납제(19조1항)와 가격차별금지제(19조3항)를 법 조항으로 만들었다.
카드 가맹점이 카드를 받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은 카드업계 영업수익(매출액)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또한 높은 카드 수수료는 카드회사들에게 엄청난 이윤을 가져다 주었다.
금감원이 분석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8년 2.28%, 2009년 2.21%, 2010년 2.10%, 2011년 1.97%로 되어 있다.
한 가정에서 매달 사용하는 신용카드 금액이 50만원이라면 연간으론 600만원이며 수수료율 2%를 감안하면 카드사는 가맹점을 통해 가구당 연 12만원을 거둬들이는 구조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BC카드, 하나SK카드, 롯데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들은 2011년 1조5382억원의 순익을 기록했고 2012년 순익은 2조26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이 1%가 늘어날 경우 부가가치 세수는 0.7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신용카드 사용액이 1조원 증가하면 부가가치세가 777억원 증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걷기 위해 국민들의 카드사용을 장려했고 이를 계기로 카드사들은 수익을 쌓을 기회를 맞게됐다.
카드사들이 이같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카드 수수료 인하에는 인색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무이자할부 서비스로 불편과 혼란을 주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은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뒤늦게 신용카드사의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마케팅비 지표를 반영함으로써 신용카드사에 재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2011년의 경우 카드사들이 지출한 마케팅 비용이 5조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2011년 매출 274조원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광고선전비로 3조7816억원을 지출한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금감원은 카드회사의 마케팅 비용을 통제할 수 있으면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을 막고 카드업계의 경영건전성도 높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카드사들은 오는 3월 이후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지속할 것인지와 카드 수수료를 적정 수준으로 낮출 것인지에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카드사와 가맹점, 그리고 소비자들과의 갈등은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는 형국이다.
카드사들이 연초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없애려다 부랴부랴 설 연휴기간까지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유지키로 한데는 소비자들의 저항도 있었지만 정권 교체기에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들의 마케팅 비용 분담을 둘러싼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카드사들이 특정 가맹점에 집중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대신 모든 가맹점에 대해 카드수수료를 고르게 인하해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모순된 정책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사태를 키워왔기 때문에 신용카드 시장을 확대해왔던 가맹점의 카드 결제거부를 금지하는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카드 가맹점에 대한 논란은 전적으로 정부 정책이 낳은 산물”이라며 “조세정책으로선 목적을 달성했지만 금융정책상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른 만큼 이제는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