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사진 = 김용진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인 김용준 총리 후보자에 대해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기피 논란이 불거지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헌법정신 구현과 법치확립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김 후보자의 지명에 '환영'했지만, 이후 언론에서 하루가 다르게 의혹들이 터져 나와 '제2의 이동흡'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장남 현중씨가 병역을 피하기 위해 '몸무게'(키 170cm, 몸무게 45kg)를 줄였다는 현중씨 지인들의 증언들이 보도되면서 아들 병역기피로 대선에 연이어 패배한 이회창 전 대표가 떠올라 당내에서는 다가올 인사청문회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이 전 대표는 장남 정연씨의 고의체중 감량 의혹으로 대세론에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정연씨는 병무청 징병검사에서 1급을 받았으나 입소 후 정밀신체 검사에서 키 179cm, 45kg 으로 면제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 "김용준 의혹, 느낌 좋지 않아…국민 상식과 맞지 않아" = 새누리당 관계자는 28일 조세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느낌이 썩 좋지 않다"며 "솔직히 의혹들이 너무 오래 돼서 사실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병역기피 논란만큼은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어서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본인이 헌법질서, 법치를 내세운 사람이니까 국민들이 얼마나 그 의혹을 넘어가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국민의 정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문제는 '병역'"이라며 "아들 군대 문제는 국민들에게 엄청나게 예민한 사안이다. 이회창 전 총재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문제가 많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후보자가 고령인데다, 한창 법관으로 활동할 당시(70~90년대) 고위공직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기준과 지금의 기준을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 후보자의 명확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 병역 문제는 국민의 '역린(逆鱗)'…"해명 들어봐야" = 당 전략기획측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상당히 어린나이(만 22세)에 판사가 됐고 그렇게 공직생활을 50년 가까이 했는데 당시 고위관료들이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는 것은 국민들도 용인해주는 부분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본인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은 문제가 없어도 지금 국민적 기준에 어긋나면 문제"라며 "아들 병역이 서류상 문제없다 해도 정황상 누가 믿겠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해명하고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내 관계자는 "지금 의혹만 놓고 판단하기 이르다. 이동흡 후보자 때 문제도 있으니 김 후보자가 철저하게 자료를 준비해서 해명하고 설명하길 기대한다"고 짧게 답했다.
김재원 의원 역시 이날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약간 걱정스러운 맘이 들긴 드는데. 어쨌든 제기된 여러 문제점은 본인의 해명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명자의 해명을 들어보고 나서 판단해야 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 민주, 아들 병역 문제 매우 심각…'임전무퇴 각오'로 선회 =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자질 검증'에서 '도덕성 검증'으로 방향타를 다시 세웠다. "임전무퇴의 각오"로 잇따른 의혹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박용준 대변인은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적극적인 청문회를 통해 성과를 거뒀지만 연달아 주요 청문회 인사를 낙마시킬 때 발목 잡는다는 비판여론이 생길지 몰라 내심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역풍을 우려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제 상황이 책임총리로서의 자질과 자격을 확인하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 도덕성 검증차원까지 나가야 하는 만큼 야당으로서 단단히 벼르지 않을 수 없다"며 "무엇보다도 두 아들의 병역면제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역문제는 조선시대 삼정문란의 하나로, 나라를 망치게 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병역비리의혹이 사실이라면 법치주의 확립을 지명수락의 일성으로 이야기한 본인 스스로 물러나야 할 만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철저검증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