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앓던 사람도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보험 가입 후 2년 이내에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나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목숨을 끊었다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A씨는 중장비 부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에서 철제 빔을 절단하는 팀장으로 근무했는데 업체 대표가 2008년 4월 1일 A씨를 포함한 27명의 종업원을 피보험자로 하고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단체보험에 가입하였다.
A씨는 2009년 11월 17일 자신의 집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사망하였다. A씨의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공단은 사고 경위를 조사한 후 A씨가 자살할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업무상 스트레스가 발병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해당급여를 지급하였다.
업체 대표는 A씨의 가족과 합의하여 2억 5백만원인 보험금에 대한 청구권을 A씨 유족에게 법적상속분에 따라 양도하였다.
보험수익자인 A씨의 유족들은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신청하였으나 보험사는 A씨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A씨의 유족은 관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목을 매 사망에 이르게 되었기 때문에 사망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의 내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쟁점은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살폈다.
A씨가 신경정신과에서 불면증으로 치료를 받고 회사 업무량 과다를 호소한 사실, 종합병원에서 정신과 외래 통원치료를 받은 사실로 볼 때 자살 당시 우울증의 정신질환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됐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면책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자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자살 당시 넥타이를 이용하여 복잡한 형태로 목을 맨 점과 자살 직전 딸에게 전화하여 ‘아빠가 미안하다’고 한 점, 그리고 배우자에게 ‘여보 미안해요 무능했어. 아들 딸 부탁해요’라는 자필유서를 남긴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행위는 사망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목을 매고 그 사망의 결과를 스스로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해당 보험약관에서 규정한 보험사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므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원고인 유족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자살을 택하는 사람도 비장하지만 자살을 놓고 보험금 지급을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과 보험사 역시 비정한게 세상을 지배하는 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