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조차 '무난한 인선' 평가…병역·투기 의혹에 '와르르'
지난 24일 박근혜 당선인이 국무총리 후보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지명했을 때까지만해도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인선'이었다. 인수위와 내각을 연결시키지 않겠다는 당선인의 철학에 비춰 인수위 외부 인사가 주로 거론되어 왔기 때문.
박 당선인은 그러나 김 위원장을 대선 캠프와 인수위에 이어 세번째로 기용하며 "김 총리 지명자는 헌법재판소 소장을 역임하면서 평생 법관으로서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확고한 소신과 원칙에 앞장선 분"이라며 법치와 소수자 존중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당시 야권에서조차 김 후보자에 대해 "훌륭한 법조인이자 장애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해온 사회통합적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무난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명 당일부터 아들의 병역면제와 재산상속 과정 등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분위기는 급격하게 달라졌다. 급기야 '환영'의 뜻을 밝혔던 야권도 공세적 태도로 돌변,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여러 의혹에 대해 소명할 것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27일에는 국무총리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준비단은 김 후보자의 두 아들 명의로 돼있는 서초동 땅과 관련 "1975년 당시 어머니께서 손자들을 위해 200만원씩 400만원에 매입해준 것"이라며 "1993년 재산 공개 당시 매입 과정에 대해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또 김 후보자의 장남은 체중미달로, 차남은 통풍으로 인해 병역을 면제받은 것에 대해 "두 아들의 병역면제는 위법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신속히 병적관련서류와 의료기록 등을 해당기관에서 받아 검토한 뒤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아들이 땅을 증여받은 것이 각 8살, 6살의 어린 나이였고, 증여세 관련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명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다.
또한 당시 장남 친구의 증언과 현재의 건장한 신체 조건까지 보도되면서,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증폭됐다.
29일에는 서초동 땅은 물론 수십억원대의 용산 아파트와 무악동 아파트의 투기 의혹에 인천 땅을 증여하며 신고가를 낮춘 의혹까지 제기됐다.
더군다나 이런 문제들이 서류 검증만 제대로 하더라도 걸러낼 수 있었던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박 당선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우려가 확산되자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사퇴의 변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인사청문회가 원래의 입법 취지대로 운영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해 언론의 검증 과정에서 본인과 가족 등의 상처가 있었음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