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일각 "사퇴 뿐이지만 여당으로서 최대한 노력 보여주는 것"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거듭 '자진사퇴'를 일축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 '표결처리'를 강조하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도 입장이 나눠지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날 수 있도록 명분을 쌓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은 6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청문회가 개인의 인격을 과도하게 상처내지 않고 실질적인 능력과 소신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통해 표결이 이뤄지는 '민주국회', '상생국회'가 되도록 여야가 노력해주길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관련해 "그건 도리가 아니다"며 ”(강기정 인사특위) 위원장에게 압력을 넣어야지..."라고 말해 2월 임시국회 표결 처리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표결 처리' 입장은 이 후보자의 '버티기'로 인한 '울며 겨자 먹기'라는 게 중론이다.
헌재소장 공백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그 여파는 고스란히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미쳐 새 정부 국정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문회를 통해 이미 이 후보자의 공적 도덕성이 크게 타격을 받은 데다, 여당 내에서도 '부적격' 판정이 나온 만큼 선뜻 이 후보자를 비호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는 언론검증으로 스스로 ‘사퇴’를 하는 결단을 보여줬지만 이 후보자는 계속 억울하다고 하면서 물러날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럴 경우 그 피해가 박근혜 정부에 미칠 수밖에 없고 헌재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서도 알아서 판단해주길 기다리고 있지만 전혀 '사퇴'할 생각을 안 하고 있느니 차라리 빨리 표결을 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인사청문회 특위 위원장이 야당(민주당 강기정 의원)인데다, 야당 위원들 전원이 '부적격'보고서만을 채택할 방침을 앞서 세운 바 있어 사실상 표결처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당 관계자는 "국민적 비판을 보면 이미 이 후보자의 거취는 ‘자진사퇴’밖에 없는 것 같다"며 "당으로서는 야당처럼 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로 '명분주기'"라며 "표결처리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그걸 받을 가능성이 없다. 당에서는 노력을 보여주고 이 후보자가 방법이 없어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말 표결로 가려고 한다면 국민적 비판을 감수해야하는데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며 "또,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병수 사무총장은 연석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표결이 원칙이지만, 본인이 알아서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