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김용준 인수위원장(가운데)과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좌), 윤창중 대변인(우)가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여야의 이견과 정부 부처의 반발을 비롯한 곳곳의 '암초'들로 인해 박근혜 정부 인수위가 만든 정부 조직개편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외교통상부 김성환 장관이 통상교섭 기능을 이관하는 문제를 놓고 인수위에 정면 반발하고 야당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이던 방송과 통신의 진흥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농림수산식품부를 농림축산부로 개편하려는데 대한 국회의 반발도 상당하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명하는 문제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회에 '원안 처리'를 요청하고 있지만 여야와 정부의 반발에 원안 통과는 커녕 본래 처리키로 했던 시한인 14일을 지킬 수 있을지조차 낙관하기 힘들게 됐다.
□ 외교부·미래부·농식품부 등 '산 넘어 산' =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외교통상부였다. 통상교섭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면 장관급이던 외통부 산하 통상교섭본부는 해체되고 산자부에 흡수된다.
외교부에는 말 그대로 순수한 외교 기능만 남게 된다.
또한 외교부 장관이 가지고 있던 조약체결권이 산자부 장관에게로 넘어가면서 외교부의 위상 축소는 불가피해진다. 이에 김 장관은 "통상교섭 기능 이관은 헌법을 흔드는 것"이라며 "산자부 장관이 통상조약을 관할하는 것은 국제법상 불가능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인수위는 헌법까지 거론하며 도전장을 내민 김 장관을 향해 '궤변'이며 '부처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에 외교부는 현 정부가 인수위에 항명하는 모양새로 보일 것을 우려해 "조직적인 저항은 아니다"라고 꼬리를 내렸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공룡부처'라고 불리우는 미래부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다. 방송과 통신의 진흥 기능을 미래부에 내줘야 하는 방통위는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기 힘들다고 맞서고 있다.
대학 산학협력단을 미래부로 넘겨줘야 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과부는 교육계를 총동원해 미래부는 산학협력의 기획과 총괄만 담당하고 집행은 교과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림축산부로 개편되는 농림수산식품부도 할 말이 많다. 수산 기능은 해양수산부에 내주고 식품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내줘야 할 농식품부는 농축산에 식품이 빠지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식품 안전 기능은 식약처가, 식품 진흥 기능은 농림축산부가 가져가야 한다는 농식품부의 주장에 여야가 상당히 공감하고 있어 인수위와의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 당·상임위·의원별…반대도 '제각각' = 정부조직 개편안을 반대하는 것도 모두 제각각이다. 대개 여야는 당론을 정하고 그 틀에서 움직이지만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워낙 접하게 연결되다 보니 각 상임위와 의원들이 '개인플레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지식경제위원회는 찬성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조직개편안을 원안대로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당 소속 김종훈 의원은 원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통합당은 통상교섭 기능을 현행대로 외교부에 남겨두거나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 소속인 이원욱 의원은 인수위의 안을 찬성했다. 상임위와 의원별로 입장이 달라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통상교섭권 이관 문제를 비롯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명하는 문제 등에 대해선 계파가 다른 이재오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의기투합했다. 친이계인 이 의원과 친박계인 유 의원은 정부조직법에 서명하지 않는 것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재배치가 불가피한 상임위들도 당론과 상관없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국회는 흡사 이전투구하는 모양새가 됐다.
신설되는 미래부를 담당할 상임위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관할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를 두고서는 보건복지위원회와 정무위원회가 자신들 소관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는 국토해양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