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법조인 카드…인사청문회 '무사통과'할까?

김용준 '트라우마'…"온갖 것 다 검증했다" 자신감 피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후보직 사퇴 이후 열흘이 넘어선 장고(長考) 끝에 초대 총리후보자를 다시 지명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새 정부 첫 총리 지명자에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낸 정홍원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낙점됐다.

□ 예상 역으로 깬 법조계 인사카드 = 이번에도 박 당선인은 언론의 예상을 사실상 비껴나가는 선택을 했다. 무엇보다 법조계 인사를 또 다시 선택했다는 점이 의외다.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계 안팎에선 40년 법조경력의 김 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에 실패 전례를 고려해 박 당선인 측의 철저한 내부검증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와 함께 김 전 후보자의 낙마에 따라 법조계 출신 인사를 쉽게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았다. 박 당선인이 법조계 출신을 선택했다가 한번 쓴 잔을 맛봤기 때문에 또 다시 법조계 인사 지명을 단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근 안대희, 조무제, 김영란 전 대법관 등 법조계 출신인사와 함께 김진선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단위원장 등 비법조계 인사들이 유력한 총리후보군으로 거론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번에 새 정부 첫 총리후보자로 30년 법조계 경력의 정 전 이사장이 지명됨에 따라 박 당선인이 또 다시 예상을 뒤엎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전 이사장도 그동안 총리 후보군에 이름을 오르내린 적이 있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이미 통과한 여타 대법관 출신인사들에 비해선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렸던 게 사실이기 때문.

실제로 그동안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후보자 사퇴 이후 한층 높아진 인사검증 문턱을 고려해, 박 당선인이 국회 검증절차 거친 안정된 후보군에서 총리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박 당선인이 정 전 위원장을 선택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높아진 검증문턱을 통과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지난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장을 하면서 보여준 업무능력에 신뢰감을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도 지난 총선에서 원내 과반석 승리를 이끌었던 배경에는 박 당선인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면에 다시 등장한 것은 물론, 공천 과정에서 비교적 잡음이 발생될 소지가 적은 인사를 추천했던 정 전 이사장의 공로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지금껏 국회의원 후보자를 검증했던 입장에서, 역으로 검증대상이 된 정 총리 지명자는 이날 총리직 지명소감 발표를 통해 그가 총리직 제안을 수락한 뒤 내부적으로 상당한 인사검증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인선 발표 직후 인수위 출입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인사검증 문제와 관련, "제가 한 것이 아니라서 말하는 게 적절치 않을 것 같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온갖 것을 다 (검증)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검증 통과에 일면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 '큰 산' 기다리는 정홍원, 청문회 무사통과? = "젖먹을 때부터 지은 죄가 다 생각나더라"며 지명 소감을 밝힌 정 후보자.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최근 김 전 후보자의 낙마사태를 목도한 박 당선인이 인사청문회가 신상 털기식으로 흘러간다는 문제인식을 드러낸 것과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본인 스스로도 "청문회가 신상털기로 가는 느낌이 없지 않다"고 말한 것을 감안한다면, 정 지명자가 '젖먹이' 때 얘기를 꺼냄으로써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청문회 제도를 뜯어고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 지명자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인사검증 자체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로 지명됐을 때 문제가 됐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 지명자는 다소 자유롭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정 지명자의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이 아닌 예금형태로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에 따르면 정 후보자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3월 당시 총 19억1100만원의 재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정 지명자 본인 명의로 8억원, 부인 명의로는 8400만원 정도의 예금액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은 서울 서초구에 6억원 가량의 아파트 한 채와 경남 김해시 삼정동에 1억9000만원 가량의 토지를 보유 중이다. 

다만 현직검사인 아들(1978년生)의 군 면제 경력은 인사검증 과정에서 명확히 해소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 측은 "면제 사유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서 별 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의도적인 언론검증 회피를 위해 명절 전에 긴급히 인선했다는 의혹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정 후보자는 언제쯤 총리직 제안을 받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며칠 전에 통보받았다"고 답변했다.

정 지명자의 인선에 대해 새누리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민주통합당은 "시간에 쫓긴다고 해서 인사 검증을 요식행사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다만 이번에도 총리지명이 어긋날 경우, 야권 입장에서 새 정부 출범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부담되는 상황이고, 특히 최근 안보문제와 관련해 박 당선인이 야권과 전격회동함에 따라 대립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만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같은 매서운 검증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당선인이 오랜 기간 고심한 만큼, 내부적으로 검증강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장관급 추가 인선 등 새 정부 조각 일정을 고려할 때, 국회 인사청문회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