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절 민심.
일가친척들이 모여앉은 밥상에 주요 얘깃거리로 올라야만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받는 만큼, 당대표 등 지도부는 기차역으로,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으로 가서 민심훑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설날과 추석 때를 보더라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총선과 대선에서의 민심을 잡기 위해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에게 공약집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설 연휴 전날인 8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 진보정의당 노회찬·조준호 공동대표 등은 서울역을 찾아 귀경객들에게 직접 설 인사를 했다.
그렇다면 정치인 중에서 현재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설 민심잡기 행보는 어떨까.
박 당선인은 인선 작업 등 조각 구상을 하느라 외부행보를 자제해왔지만 설 연휴 이틀 전, 당선 50일만에 처음으로 야당 대표와 만나 북핵 문제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문제와 정부조직법 등으로 인해 그동안 박 당선인과 야당의 허니문 기간이 없다는 말이 돌 정도로 살얼음판을 걷던 관계가 북핵 회동만큼은 초당적으로 협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데 합의점을 찾은 박 당선인은 불통 이미지를 소통 이미지로, 민주통합당은 안보 불안 이미지를 씻어내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국민들의 설 밥상머리의 주요 얘깃거리로 오른다면 박 당선인과 민주당 모두 민심잡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에 더해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발표한 1차 인선으로 인사 불안에 대한 이미지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박 당선인은 김용준 총리 후보 지명자의 낙마로 인해 '검증 부실', '불통 인사'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총리 인선이 늦어짐에 따라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광진구의 전통시장을 방문해 얼어붙은 서민경제를 살피는 등 민생행보도 이어갔다.
설 연휴기간에는 명절날 소외된 이웃들을 위로하기 위해 보육 시설이나 노인요양 기관 방문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 당일에는 삼성동 자택에서 동생 내외인 박지만·서향희 씨, 친자식처럼 아낀다는 조카와 함께 설을 지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당선인은 전현직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당 관계자들에게 떡국세트를 보내는 등 설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떡국세트는 '18대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로 포장돼 발송됐으며 떡과 표고버섯 멸치 등 떡국재료와 더불어 박 당선인의 얼굴이 들어간 탁상용 달력도 함께 동봉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