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을 새 정부 인사로까지 연결시키지 않겠다던 인수위의 선언이 '허언(虛言)'이 된 모양새다. 지난 주부터 계속되는 청와대·내각 인선에는 인수위과 관련된 인사들이 무려 13명이나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일찍부터 인수위와 새 정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이는 인수위 인사를 새 정부로까지 연결시키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것이 무색하게도 박근혜 정부 내각에는 인수위와 관련된 사람이 무려 7명이, 청와대 인선에는 6명의 인수위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17개 부처 장관 내정자 중 1/3이상이 인수위 관계자들인 것이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현재 인수위에서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국무총리 후보 낙마 등의 일을 겪으면서도 인수위를 혼란없이 잘 이끄는 한편, 박 당선인의 공약 로드맵을 잘 다듬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인선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경제2분과 인수위원으로 지역경제 및 주택 정책 전문가인 점을 고려, 부동산 경기활성화에 적임자라는 것이 인선 배경으로 꼽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인수위에서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을 때부터 하마평에 오른 인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고용과 복지의 연계를 강조했던 노동전문가로 이 점이 박 당선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법질서사회안전분과의 전문위원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가족부 장관에 내정된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엄밀히 따지면 인수위 소속은 아니지만 당선인 대변인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넓게는 인수위 소속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는 대통령취임식준비위부위원장으로 인수위 소속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각 뿐 아니라 청와대 역시 인수위 출신들이 대거 발탁됐다.
9명의 수석 중 무려 5명이 인수위 출신이다. 청와대 2실 중 하나인 국가안보실장에는 김장수 인수위 외교안보통일분과 간사가 내정됐다.
국정기획수석에 내정된 유민봉 성대 교수는 현재 인수위에서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 당시 언론에서 개편 방향과 의미에 대해 혼선을 빚자 유 교수가 나타나 교통정리를 해 언론인들의 호평을 받았었다.
종이 한 장 보지 않고도 언론인들의 질문에 술술 대답해 인수위의 '깜짝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내정자는 현재 인수위의 여성문화분과 간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전문성을 인정받았으며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을 역임, 현재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간사를 맡고 있다.
곽상도 민정수석 내정자는 정무분과의 전문위원으로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다. 인수위에서는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안 만들기에 참여하기도 했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으로 내정된 이정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은 엄밀히 따지면 인수위원은 아니다. 하지만 인수위와 비슷한 업무를 하기 때문에 넓게는 인수위로 분류될 수 있다.
이 팀장은 박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뛰기 훨씬 전부터 박 당선인의 복심으로 통한 인물로, 일찍부터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