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거래에 부과하는 '토빈세(稅)'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정부가 8029억원의 세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토빈세는 투기성 국제 핫머니를 차단하는 대신 해외투자를 막는 부작용도 적지 않아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 사이에서 논쟁을 거듭해왔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의원(민주통합당)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외환 거래 금액이 1경2562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민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세수 추계를 의뢰한 결과, 2010년~2012년 연평균 외환 거래 중 '한국형 토빈세'의 과세 대상이 되는 은행 간 현물환 거래에 0.02%의 세금을 부과하면 8029억원의 세원이 확보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한국형 토빈세란, 평상시에 저율 과세를 하다가, 위기 시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2단계 토빈세다. 평소에는 0.02% 세율을, 거래량 변동 폭이 전일 대비 3%를 초과하면 10~30%의 세율을 부과하는 것.
민 의원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되, 세원 확보를 부차적 목표로 할 경우 한국형 토빈세를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세 자체를 목적으로 부과하는 유럽형 토빈세의 경우 국내외 금융기관의 주식과 채권에 0.1%의 세율을, 파생 금융 상품에 0.01%의 세율을 부과한다.
만약 유럽형 토빈세를 한국에 도입하면 추가 세원은 4조4484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민 의원은 설명했다.
한편 외국인의 금융거래 중 주식은 8.2%, 채권은 2.5%, 파생 금융 상품은 89.1%를 차지한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채권 거래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채권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도입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 민 의원의 주장. 또 국회예산정책처 조사 결과, 1989년 채권 거래세를 도입한 스웨덴에서는 거래량의 85%가 감소한 바 있다.
민 의원은 "과도한 금융 자유화 시대가 끝나고, '적절한' 금융 규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의 건설을 공약한 것과 일맥상통한다"면서 토빈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환율 안정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해, 토빈세 도입에 대해 긍정적 발언을 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