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은행장, 15년 국내 최장기 은행장에 오를 듯
장기집권 피로감 노출 불구하고 내부인재 부재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사진)이 전대미문의 5연임에 도전하며 국내 최장기 은행집권이 현실로 다가왔다.
25일 한국씨티금융지주는 하영구 현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을 오는 3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제출할 3년 임기의 지주사 회장 후보 및 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주주총회를 남겨 두고 있지만 사실상 하 은행장의 5연임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다.
하 은행장은 지난 1981년 씨티은행에 입행한 후 수석딜러, 자금담당 총괄 이사 등을 거쳐 2001년 한미은행 은행장에 오른 이후 은행장만 12년 동안하며 '국내 최장수 은행장'으로 명성을 쌓았다.
이번에 다시 연임에 성공하면 15년간 그 명성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하 은행장의 장기집권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를 대체해 미국 본사는 물론 한국의 금융감독당국 등과 원활하게 소통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내부에서 은행장 후보로 거론될 수 있는 인물로 박진회 수석부행장과 이흥주 수석부행장 정도가 꼽힌다.
박 부행장의 경우 삼성증권 운용사업부 담당 상무와 한미은행 부행장을 거쳐 기업금융 그룹장을 맡고 있지만 그의 최대 약점은 그룹 내 5% 비중에 머물고 있는 기업금융을 맡고 있어 지지기반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이 부행장은 개인금융 그룹장으로 리테일/커머셜금융그룹장을 맡으며 은행 내 비중은 크지만 60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한마디로 하 은행장을 대체할 CEO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는 평가인데 이는 그만큼 씨티은행이 내부적으로 CEO 인재를 키우는데 인색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씨티은행이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으로 정체성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 씨티은행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371억원으로 1년새 73.4%가 급감하는 등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3월 씨티은행 노조가 인사적체와 연봉체계 등의 문제를 들며 은행장 집무실을 점거하는 강수를 꺼냈던 배경도 장기집권에 따른 조직의 피로감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또 씨티은행이 대내외적인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도 2011년 1300여억원의 중간 배당에 이어 지난해 800억원 등 고배당을 실시한 대목에 대해서도 그의 연임과 연관시켜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하 은행장의 재임 12년을 돌이켜 보면 지난 2004년 한미은행과의 통합으로 몸집을 키운 씨티은행의 당시 시장점유율은 7%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2.2%까지 떨어지며 금융시장 내 존재감이 점점 오그라들고 있다.
또 통합 이후 그동안 220여곳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돼 오던 은행 점포수도 올해 초 강남권의 일부 점포가 철수하기로 함에 따라 오히려 206개로 줄어드는 등 조직이 위축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