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실모 초청특강…'통합의 정치' 역설
서울대 송호근 사회학과 교수는 26일 박근혜 정부가 직면할 최대 과제로 '노동 문제'를 거론, "1차적으로 현 정부가 감당할 부분은 노동문제다. 현 정부는 노동문제를 설득할 무기와 개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이날 오전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공개특강 초청강사로 <'통합의 정치'를 탐색함 : 통치철학과 시민공론>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지난 (인수위)두 달 동안 노동 분야에 대해 전혀 이야기 안 나왔다. 앞으로 노동계에게서 정면도전하면 어떤 원칙으로 그들을 설득하실지 매우 궁금하다"며 "(박근혜 정부가) 준비한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송 교수는 "공기업부터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하는데 문제는 비정규직이 55%가 넘는다. 공기업 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게 핵심적 갈등구조"라며 "(만약)35%까지 내리겠다는 계획이라면 어떻게 내릴지 이야기해야 한다. (노동문제의) 행위자인 기업과 노조에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5일 박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행복'과 관련해 "이는 사회통합, 통합의 정치"라며 "하지만 (통합에 대해)어제 취임사에서는 언급이 없었다. 2만불 시대의 발전단계상 '통합'은 굉장히 좋은 화두고 정치의 핵심적 화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의 정치라고 할 때 우선은 중요한 갈등구조가 호명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호명이 돼야 책임질 사람이 나오고 행위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통합의 정치'에 대해 ▲사회 갈등을 나타내는 균열구조 ▲이를 해결할 정책과 통치철학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와 공론화 등 3대 축의 순환을 강조하고, 참여와 공론화인 실행과제가 정당의 역할임을 역설했다.
송 교수는 우선, "균열과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추상적인데, 국민들은 (거기에) 기대가 있다"며 "(하지만) 기대는 환상이다. 지금 환상에 기대고 있는데 환상이 냉각되는 것은 기대하는 시간보다 빠르다. 추상화된 형태로 기대하다 껍질이 깨지면 국민이 기대할 데가 없다. 그래서 (지도자가) 원리와 철학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거듭 통치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내각 인선과 관련해 "나홀로 조각"이라며 "집권당과 상의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는) 좌(左)율사, 우(右)장성. 중(中)관료다. (박 대통령은)든든할 것이지만 국민이 보기엔 결과가 인상적이지 않다"며 "집권정당이 있는데 숨겨진 채널로라도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지난 두 달간 인수위는 정당과 완전 분리됐다. 앞으로 더 분리되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날 박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강조한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에 대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경제부흥과 융성은 많이 듣던 이야기"라며 "대통령은 이 말에 향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이 말이 21세기 한국에 다시 쓰일 때 (과거를)그리워하는 분들에게 위로를 주지만 2040세대에게는 약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득보다 실이 커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보수당이 좌파의 어젠다를 선취했다. 선취는 좋은데 이를 어떻게 지속할지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특강에는 남경필, 김세연 의원 등 경실모에 속한 20여 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했다. 경실모는 지난 해 총선 이후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를 집중하며 관련 법안을 입법한 새누리당 의원모임으로 올해부터 '시즌 2'를 맞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통과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