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가짜석유를 판매해 오다가 적발된 업체들에게는 상당액의 세금폭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세청은 27일 가짜석유 제조 및 판매업자 66명에 대한 전국적인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가짜석유 제조 및 판매업자들은 상당히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탈세를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국세청 감시망에 포착된 A업체는 신나 등 희석제 제조업체로 관할 세무서에 위장으로 사업자등록 한 뒤에 도매상으로부터 130억원 가량의 값싼 용제를 구입한 뒤 휘발유 등과 혼합해서 가짜석유를 제조했다.
이 업체는 이를 소매상에게 세금계산서 없이 340억원 가량 판매했고, 이 돈은 종업원 명의 차명계좌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또한 이 업체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공장에 CCTV를 설치해서 외부인 접근을 막고 주로 인적이 드문 야간이나 주말에 가짜석유를 제조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국세청은 해당 업체에 교통세 등 190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고발 조치했다.
시중 주유소에서도 버젓이 가짜석유가 제조·판매되고 있었다.
수도권 모 처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B씨는 석유 대리점에서 매입한 경유와 등유를 주유소 내에서 섞어 가짜경유를 제조한 뒤, 이를 운수업자나 중장비 사업자에게 주문배달 형식으로 판매하거나 중개상을 통해 유류소매상에 되파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
판매된 가짜경유 금액만 35억원어치에 달한다. 과세당국은 B씨에게 탈루한 세금에 가산세, 범칙금을 더해 16억원을 추징하고 고발조치를 내렸다.
국세청에 따르면 가짜석유는 최근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돼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에 신너, 솔벤트 등에 휘발유를 섞는 가짜휘발유는 물론 경유에 등유를 섞는 가짜경유도 최근 급속도로 증가되는 추세로 알려졌다. 김형환 국세청 조사2과장은 "대체적인 탈루유형은 비슷하지만 가짜경유로 적발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2011년 4월부터 보일러용 등유생산을 중단하고 판매를 전면 차단하기도 했다.
가짜석유 행위가 횡행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세금문제 때문이다.
현재 정상적인 휘발유와 경유등 석유제품에 붙어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 개별소비세 등을 탈루함과 동시에 세금이 따로 없는 용제를 섞어 세금 없는 추가 매출액을 노리는 것이다.
현행법상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529원의 교통세가 붙고, 여기에 교육세 15%, 부가세 10% 등을 합칠 경우 기름 값의 절반이 세금으로 구성돼 있다.
가짜석유 제조·판매행위는 탈세에 따른 폐해는 물론 인체에 치명적인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자동차의 연비감소 엔진고장을 불러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전국적인 가짜석유 유통망에 대한 세무조사를 기점으로 가짜양주, 불법 사채업자, 고소득 자영업자, 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전반에 대한 심층 세무조사를 선언하고 나섰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각 지방국세청 조사국에 세무조사 전문인력 400여명을 증원하는 인력재배치를 단행했다"며 "이들은 지하경제 탈세행위에 대한 상시 정보수집 및 분석을 통해 탈루혐의가 발견되는 즉시 강력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