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무너진 '관세국경', 이제는 FTA 시대다

FTA 발효국과의 교역 현황

                                                                                                          (단위 : 억불, ( )는 전년대비증감)

지난해 좀처럼 해법이 도출되지 않은 유로존 재정위기의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2%대 초반으로 곤두박질 치며 국내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고, 올해에 들어서도 바닥으로 떨어진 한국 경제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하며 당당히 세계 무역 8강에 진입했다.

재정위기로 위축된 EU 시장의 경우 수출실적이 눈에 띄게 급감했지만, FTA 체결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미국 시장을 비롯해 FTA 상대국과의 교역량 증가가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을 이끌었다.

최근 들어 FTA 체결국이 크게 늘어나 우리나라의 경제영토가 확장됨은 물론 관세국경이 허물어지며 해외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또한 FTA로 대표되는 관세장벽 철폐와 더불어 해외세관의 각종 비관세 장벽을 무력화시키는 AEO 제도의 확대로 수출시장의 문턱은 점점 더 낮아지는 상황이다.

□ 세계 경제영토 65% 접수…"FTA 교역규모 4000억$ 돌파" = 2013년 현재 우리나라와 FTA 협정을 체결해 발효중인 국가는 총 45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FTA 상대국은 미국, EU(27개 회원국), 아세안(10개 회원국), 칠레, 싱가포르, 페루, 인도,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4개국) 등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FTA가 발효된 45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를 모두 합치면 전 세계 GDP의 6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특히 FTA 상대국과의 교역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 증가량을 앞지르는 등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규모의 40% 가까이가 FTA 체결국과의 수출입에 달려있다.

실제로 FTA 발효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실적은 지난 2007년 337억달러로 미미했지만, 지난해에는 2274억달러로 급증했다. 수입액도 같은 기간 336억달러에서 1666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량(1조677억달러) 중에서 FTA 무역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7.8%에 달한다. 지난 2007년 9.2%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6년 사이에 FTA 교역비중이 4배 이상 급등했다.

□ 한·미 FTA 효과 '톡톡'…"무역 1조달러 견인" = 특히 지난해 3월15일 발효된 한·미 FTA는 발효 첫 해부터 우리 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출에 큰 효과를 나타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 FTA 특혜관세 효과로 지난해 대미 수출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규모는 총 1019억달러로, 전체 교역량의 9.5%를 차지했다.

특히 수출실적은 승용차 103억달러(19.5%↑), 자동차부품 56억달러(12.5%↑), 석유제품 29억달러(10.9%↑) 등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 2011년에 비해 4.1% 증가한 585억달러를 기록했다.

FTA 최대 수혜품목인 승용차와 자동차부품은 전년 대비 수출실적이 23억달러나 급증했다.

지난해 재정위기 장기화로 對EU 수출실적이 494억달러까지 쪼그라들며 11.4%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9년 이후 4년 연속 250억달러 이상 흑자와 2011년 이후 2년 연속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하는데 한·미 FTA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 한·중·일 FTA 가속화…"세계 3위 경제블록 탄생" = 이미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미국과 FTA를 체결하며, 세계속의 FTA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로 성장한 중국과 세계적인 경제대국 일본과의 한·중·일 FTA 체결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FTA 타결은 단순히 3개 국가 사이의 관세장벽이 허물어지는데 그치지 않는다.

한·중·일 3국의 경제규모만 세계 GDP의 20.4%(14조3000억달러)에 달해 NAFTA(25.7%, 18조달러)와 EU(25.1%, 17조6000억달러)에 이은 세계 3위의 거대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규모는 수출 1343억3100만달러, 수입 807억7800만달러 등으로 총 2151억900만달러(1위)에 달한다.

대일 무역규모도 수출 388억5000만달러, 수입 643억5100만달러 등으로 총 1032억1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일본은 우리나라의 2위 교역국이다.

한·중·일 3개국의 역내 무역 비중도 지난 1990년 12.3%에서 지난 2011년 21.3%로 급증하는 추세다. FTA가 공식 발효될 경우 동북아시아 역내 분업화와 무역비용 절감 등의 효과로 3국간 무역규모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 비관세 무역장벽 철폐…"세계무역의 대세 AEO" = 한편 FTA로 대표되는 관세장벽 철폐와 더불어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비관세 장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비관세 장벽이란 우리 기업들의 해외수출에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로 꼽히는 외국세관의 통관지연 등을 비롯해 각국의 정부가 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행위다.

특히 지난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물류에 대한 안전조치가 강화돼 세계적으로 무역안전과 관련된 새로운 비과세 장벽이 등장했다.

이후 세계 각국은 관세당국이 수출입 업체 등의 안전성을 미리 심사해 공인해주는 AEO(수출입안전관리 우수 공인업체 제도, Authorized Economic Operato)를 도입, AEO로 공인받지 못한 수출입 업체 등에 대해서는 무역거래에 상당한 불이익을 부여하고 있다.

AEO 제도는 쉽게 말해 관세청에서 수출입업체·선사·운송인·창고업자·관세사 등 무역화물 이동과 관련된 업체들의 법규준수 및 안전관리 등을 사전에 심사해 안전성을 공인해주는 제도다.

AEO 업체로 공인 받은 수출입기업 등은 ▲수출입 화물검사 생략 ▲관세 등 수입세금 심사면제 ▲과태료 경감 등의 각종 통관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공인 받지 못한 업체들은 보다 강화된 통관검사를 받게 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AEO 공인업체들은 우리나라 세관뿐만 아니라 관세청과 AEO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한 외국 세관에서도 똑같은 통관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08년 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캐나다·싱가폴·일본·뉴질랜드 등 5개국과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한 상태로서, AEO 업체로 공인 받은 국내 기업들은 외국세관에서도 신속통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AEO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총 57개국으로 전 세계 무역량의 76%가 AEO 제도 하에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AEO 제도 도입국에 대한 수출규모도 전체 수출량의 83%에 달하며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관세청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FTA 체결국 확대로 경제영토를 넓히고 있고, AEO 제도를 도입해 비관세 장벽 철폐를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며 "향후 우리나라의 무역발전과 경제성장은 FTA와 AEO 행정에 달려있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