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4일 정부조직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對야당의 일방 압박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며 법을 지킨다는 것은 국회를 존중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의 정부조직 관련 담화 발표는 구절구절마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넘쳐 흘렀다"며 "그 충정에 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정부조직법은 결국 법률문제이며,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정부조직법을 처리하자며 청와대가 회담을 일방적으로 잡고, 오지 않는다고 여론전을 펼치는 수모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입법부를 시녀로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3일에도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초청한 것은 여우가 두루미를 만찬에 초대해 놓고, 스프를 내놓는 격"이라며 "여야가 장기를 두고 있는데 훈수를 두는 청와대가 장기판을 엎으려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문 위원장은 "그냥 불러다 놓고, 식사하고, 사진 찍는데 갈 생각이 없다"며 "여야가 상생정치하고, 진정으로 상의 할 수 있을 때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ICT가 국가 성장동력이라고 강하게 말하면서 여야의 협의를 무시하고, 독선과 일방통행의 오만을 되풀이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민주당은 도울 일이 있으면 최대한 돕겠지만,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박기춘 원내대표 역시 "박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방송 장악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를 통해 낙하산 사장이 방송을 장악했다면 새 정부 들어서는 독임제로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방송장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의심하지는 않으나, 방송 독립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정부조직에 대해서는 오늘 협의를 통해 내일이라도 통과 시킬 수 있다"면서 분리 처리를 제안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갔었다고 소개하면서 앞으로 협상을 더 해야 하는 입장이라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이 과정에서 이정현 정무수석이 국회에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청와대가 협상에 개입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우 원내수석은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의 의견을 말 할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감안해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밝혀 여당에 재량권을 주도록 촉구했다.
한편, 우 원내수석은 아직 잡혀 있는 일정은 없지만, 오늘 역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싸고 여야와 청와대가 다시 원안고수와 협상 책임 공방으로 치달으며 내일로 마감되는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 처리가 불투명 해졌다.
민주당은 분리해서 처리하자는 절충안을 제안하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었으나, 정부 여당에서 원안고수 입장을 밝힌 상태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