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결제는 '신속'…결제취소 환불은 '늑장'
체크카드 활성화 위해 결제시스템 개선 시급
중견기업에 다니는 A씨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뒤 체크카드로 20만원을 결제한 후 잘못 구매한 상품에 대해 2만원을 승인 취소를 하려다 화만 돋우게 됐다.
다음날 대형마트가 영업을 안 하는 날이라 하루가 지난 뒤 승인 취소를 한 것인데 돌아오는 답변은 일부 상품에 대해 부분 취소가 안돼 전체 승인액을 취소한 뒤 18만원을 재결제해야 한다는 것과 이미 결제된 금액은 며칠 후에나 통장에 환불이 된다는 설명을 들은 것.
결국 A씨는 잘못 구입한 일부 상품에 대한 결제 취소를 위해 물건 값의 2배 가까운 38만원을 통장에서 꺼내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씨는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고객의 돈이 바로 빠져 나가는 반면 승인취소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환불이 지체된다는 점과 환불되기 전에 다시 통장에서 재결제를 위한 금액이 빠져나가는 것은 고객불편은 뒷전인 채 금융사의 편의만 생각하는 것으로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울분을 삭혀야 했다.
정부에서 체크카드 사용을 권장하며 지난해 체크카드 사용은 사상 최대인 8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체크카드 사용건수는 24억9000만 건, 사용액은 83조111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1년보다 각각 31%와 20% 늘어난 수치로 신용카드의 증가율 13%와 4%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A씨의 경우에서 알수 있듯이 체크카드는 은행계좌 잔액 한도 내에서 즉시결제가 이뤄지는 체계여서 신용카드와는 달리 대손위험이 적어 금융사는 손해볼 것이 없는 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용제한이나 환불지연 등 불편 사항이 하나둘이 아니다.
체크카드는 은행들이 전산점검을 하는 새벽시간대에는 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며, 결제 취소가 번거롭고 할부 거래도 안된다. 또 인터넷을 통해 해외구매를 하다가 취소를 할 경우 통장에서 나간 돈을 환불 받기 위해서는 2주에서 많게는 한 달까지 걸리기도 한다.
이 같은 고객불만을 은행이나 카드사에서도 모르지는 않지만 현행 시스템에서는 개선이 제한적일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H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로 결제한 후 일부 상품에 대한 부분취소는 현 시스템상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부분취소를 할 경우 거래이력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매출누락 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원천적으로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고객이 결제를 할 경우 전표매입이 이뤄지는데 당일의 경우 취소시 바로 입금이 되지만 일단 매출전표에 따라 가맹점에 돈이 지급된 경우는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환불에는 보통 2~4일 정도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체크카드는 해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직불카드와 결제시스템이 다르다. 은행에서 직라인을 깔고 결제서비스를 진행하는 직불카드와는 달리 신용카드와 동일한 결제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는 것.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체크카드에서 결제취소가 발생하게 되면 은행에서 취소금액을 바로 입금하는 형태가 아닌 카드사가 중간에서 가맹점 매출전표를 확인한 후 매입해 지급하는 단계들을 거치다 보니 환불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체크카드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 신용카드 프로세스에서 별도로 분리해 내면 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은행과 카드사들이 선뜻 나서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당국 그리고 은행과 카드사 등도 고객들의 체크카드에 대한 불만을 잘 알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는 '카드론·리볼빙 결제·체크카드·선불카드'의 표준약관을 제정해 신용카드보다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걸렸던 체크카드의 취소·환불 절차에 대한 개선을 추진하고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체크카드의 결제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업그레이드와 금융당국의 활성화 의지가 없다면 약관을 제정해 시행하더라도 고객 불편은 지금처럼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국 중소금융과 관계자는 "카드사 등도 체크카드의 환불지연 문제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매입 프로세스를 줄이려 노력중인 것으로 안다"며 "결국 금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전산연결 프로세스의 개선을 이뤄야 할 문제로 본다"고 밝혔다.
